현대백화점, 납품업체에 갑질 횡포 부리다 과징금 2억000만원

▲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이 아울렛 진출 과정에서 각종 잡음을 내고 있다. ‘상인 반발’과 ‘특혜 시비’로 진통을 치르고 있는가 하면, 최근엔 납품업체들에게 경쟁 아울렛 업체에 대한 핵심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횡포까지 부린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폭탄’까지 맞았다.

경쟁사보다 아울렛 진출이 늦었던 현대백화점이 조급함 때문에 ‘원칙 경영’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롯데마트와 이마트, 현대백화점의 갑질 행위를 적발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롯데마트는 판촉행사비를 부당하게 전가한 혐의로,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경영 업체의 경영 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한 혐의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백화점은 아울렛 진출 과정에서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각 2차례에 걸쳐 130개 납품업체들에게 롯데와 신세계 등 타사 아울렛의 마진율(판매수수료율), 매출액 등 핵심 경영정보를 요구해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첫 아울렛인 ‘가산아울렛’을 오픈했으며, 내년에는 김포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할 예정이다.

◇ 납품업체에 경쟁 아울렛업체에 대한 경영 정보 요구

현대백화점은 납품업체로부터 경영정보를 입점의향서 형식을 통해 제출받거나 이메일로 요구해 제출받는 방법으로 타사의 ‘경영정보’를 취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되는 행위다. 현행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타 회사 경영정보 제공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경쟁 유통업체에 대한 상품 공급조건과 매출액 등의 정보를 취득할 경우, 납품업체들에게 판촉행사 진행이나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공급조건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사의 경영 정보를 납품업체로부터 요구해 악용한 사례들이 공정위에 적발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롯데백화점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2년 납품업체들에 매출 자료를 요구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경쟁 백화점에 비해 ‘매출 대비율’이 낮을 경우, ‘판촉행사’를 요구하고나 경쟁사에서 판촉행사를 못하게 하는 횡포를 부렸다.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게는 ‘마진인상’, ‘매장 이동’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혐의로 45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롯데백화점은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패소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경영 정보를 요구한 것 외에 다른 횡포가 적발되진 않았지만 공정위는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차원에서 재발방지 명령과 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 현대백화점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아울렛’ 사업 진출 과정에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이번 제재 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첫 아울렛점인 ‘가산점’을 시작으로 아울렛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오픈한 도심형 아울렛 ‘가산점’에 이어 내년 2월에는 ‘경기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하고, 판교 복합쇼핑몰도 출점한다. 또 2016년에는 송도에 프리미엄아웃렛과 가든파이브 아웃렛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다.

◇ 정지선 회장 심혈 기울인 아울렛 사업 시작부터 '암초'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일찍이 ‘아울렛’ 시장에 진출한 것에 비하면 현대백화점은 늦게 아웃렛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아울렛’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직접 사업을 챙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 진출이 마냥 녹록치는 않은 형편이다. 우선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은 오픈을 앞두고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상인들은 대형 점포 입점으로 인한 ‘상권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김포점에서 11㎞ 정도 거리의 김포장기패션로데오(장기로데오)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크다. 이곳 상인들은 “현대 측에서 김포장기동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중 알짜 브랜드 30%정도를 아울렛에 입점 시킬 계획”이라며 “중복 매장으로 김포장기패션로데오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6일 현대 측의 미온적인 태도와 상생협의 성과가 없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포프리미엄 아울렛은 220개의 의류 매장을 비롯해 식당가·놀이동산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점포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전 유성구 용산동 대덕테크노밸리 내 호텔부지에 아울렛 입점을 추진하는 곳 역시 반대 여론에 부딪혀있다. 이 땅은 흥덕산업이 지난 2007년 관광호텔로 건축허가를 받은 후 수년째 개발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최근 아울렛 점포로 사업 계획 변경이 추진돼왔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이 땅을 매입해 아울렛 점포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특혜 시비와 상인들의 반발이 일고 있어 입점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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