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회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비대위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윤회 문건 파문이 심상치 않다. 매일 언론에서는 새로운 의혹과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 정윤회 게이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일개 민간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유출혐의자로 지목된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가이드라인에 짜맞추기 위해 검찰의 무리하게 수사한 것이 원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야당에 야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일보>의 보도로 정윤회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지자 새정치연합은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선실세국정농단진상조사단을 빠르게 출범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름만 거창할 뿐 별다른 활약을 거두지 못했다. 유출 문건을 입수하거나 의혹을 밝히기는커녕 그저 언론의 의혹제기만 기다렸다가 논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 야당에 야성이 없다

이는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당권 도전을 위한 조기 비대위원 사퇴를 미루면서까지 정윤회 파문을 공략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세를 결집하거나 의혹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오전 비상대책위에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국정조사’를 외칠 뿐이다.

▲ 정윤회 문건 진실공방이 박지만 EG회장과 정윤회 씨 사이 권력다툼으로 번지는 동안, 야당은 카운터 파티로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의 무기력함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최고위원직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정책에 대해서 정확하게 반대하고 견제해서 제대로 정권이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데 그간 야당이 보인 태도는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며 “야당이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이 최근 새누리당의 공세 때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강한 야당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당내 문제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재 새정치연합은 정국의 카운터 파티(counterparty)로서 전혀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지 못하다. 박지원·박범계·박영선 의원 등 내로라하는 저격수들부터 우상호·강기정·이인영·유은혜 의원 등 강경한 486 의원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무기력한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이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줄 리더십의 실종과 함께 팔로워십의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협상 당시 “새누리당은 지도부가 정하면 뒷말이 있을지언정 일단 따른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지도부 보다 계파나 소수 친근한 집단의 결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월호 협상 당시 새정치연합은 당내 갈등만 드러내며 협상 내내 끌려가다가 지지율도 잃고 세월호 유족의 신뢰도 잃었다. 또 국정감사 과정에서 최민희 의원이 제기한 대통령 전용 필라테스 장비 구입 의혹도 힘을 받지 못하면서 단발성 의혹제기 수준에 그쳤다.

◇ 강력한 리더십 부재와 팔로워십 실종이 원인

여기에 새정치연합 비대위원 중 당권에 도전할 중진의원들이 17일부터 사퇴수순을 밟는다. 당론을 이끌만한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빅3’의 관심은 다음 전당대회에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새정치연합 비대위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정윤회 파문도 미적지근한 국정조사 요구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위기 시점에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의 재건에 성공했다. 그리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해 청와대에 입성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정윤회 파문에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국민여론이 변하고 있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에 국민들의 63.7%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수사를 신뢰한다는 답은 28.2%에 그쳤다. 또 정윤회 파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평가도 52.3%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에 이제 야당이 답해야할 때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길리서치 실시,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도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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