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산업개발이 16일 김재식 CFO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현대산업개발을 이끌 새 수장이 선임됐다. 주인공은 김재식 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다. 현대산업개발은 16일 김재식 CFO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김재식 신임 사장이 ‘재무담당자’라는 사실이다. 정몽규 회장의 복심이 드러나는 대목이자, 향후 김재식 신임 사장에게 주어질 ‘과제’와도 맥이 닿아있는 대목이다.

◇ CFO로서 위기관리능력 입증

▲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신임 사장.
현대산업개발은 16일 신임사장에 김재식 현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현대아이파크몰 대표이사 사장에 양창훈 부사장을 각각 선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EP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강창균 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

이번에 현대산업개발 수장 자리에 앉게 된 김재식 신임 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3년부터 현대산업개발에서 일해 온 건설 전문가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엔 신설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회사의 곳간 관리를 해왔었는데, 경기가 어려운 시기임에도 현대산업개발을 흑자전환시킨 점이 이번 승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0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같은기간 매출액은 4조2,169억원으로 26.5%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 2,01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손실을 반영 탓이지만 10년만의 적자는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현대산업개발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1,281억원, 영업이익 559억원, 순이익 277억원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흑자 전환했다. 부채비율도 191%에서 168%로 23%포인트 개선됐으며,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9,82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 역시 올해 3분기 말 1조6,640억 원으로 줄었다.

업계를 비롯한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는 흑자전환 배경으로 다양한 요인이 꼽히고 있지만, 무엇보다 김재식 사장이 지난 2년간 CFO를 맡으면서 위기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이번 인사 역시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몽규 회장 입장에선 집안살림을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 내실 다지기 ‘최대과제’ 될 듯

이에 따라 김재식 신임 사장에게 거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맡은 뒤로 대외활동이 급증하며 그룹 경영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만큼 김재식 사장이 해야 할 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재식 사장으로선 ‘전공’에 맞게 재무구조 개선 및 흑자를 유지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 조기졸업은 우선 과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월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지정됐다. 회사 측은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시키겠다는 판단을 내렸고, 최근까지도 이같은 전략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분양 해소에 속도감이 실리고 있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조기졸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대산업개발을 둘러싼 악재들을 해결하는 것도 김재식 신임 사장의 몫이다. 입찰담합이나 분양과정에서의 송사 등 이른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인데, 당장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며 부담을 얹은 상태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06년 인수한 영창뮤직의 만년적자도 적잖이 신경쓰일 것으로 보인다. 영창뮤직은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현대산업개발로부터 돈을 빌려 회사를 운영하는 차입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현대산업개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재무통’인 김재식 사장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먹거리, 즉 신성장동력에도 고민을 쏟아야 할 부분이다. 최근 들어 현대산업개발은 해외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과 더불어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재식 신임 사장은 박창민 전 사장이 상근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특히 정몽규 회장이 ‘외도’로 바쁜 상황에서 그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더욱 무겁다. 과연 ‘정통 건설맨’이자 ‘재무통’인 김재식 사장이 그룹 전반의 미래성장전략을 이끌어갈 적임자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지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