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이 매우 거세다. 덕분에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그룹과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모두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 울타리 안에 있는 인하대학교가 경비노동자들을 대거 해고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 해고에 반발해 천막농성 및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인하대 경비노동자.
◇ 인하대 경비노동자, 학교에 천막 치다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인하대경비분회는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지난 11일부터 학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15일부터는 학생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들이 천막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기존 15명의 경비노동자 중 9명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지난달 경쟁 입찰을 통해 새 경비용역 업체를 선정했다. 기존엔 에스원이 경비용역을 맡고 있었는데, ADT캡스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ADT캡스는 15명 중 6명만 고용승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고, ADT캡스 소속 정규직 경비원이 5명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올해 서울여대, 건국대 등에서 벌어졌던 일과 아주 흡사하다.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앞세운 논리로 인해 ‘사람’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장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령에 생활이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인하대 경비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인하대와 경비용역업체 측은 자회사 등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다른 일자리에 결원이 발생해야 가능한 일이어서 당분간은 실업자 신세가 불가피하다. 또한 설사 다른 일자리가 생긴다 해도 근무여건 등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비슷한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다른 일자리를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 해도 수개월의 공백은 불가피했다.

인천일반노조 김종수 사무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경비노동자를 절반가량 줄인 적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 취업을 알선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더 나쁜 조건에서 일하거나 일을 포기해야 했다”며 “예를 들면, 인천에 생활터전이 있는 사람한테 서울 직장을 주면 갈 수 있겠나. 최저임금 받자고 이사를 갈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결국 해고노동자와 인하대, ADT캡스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인하대 경비노동자.
◇ ‘땅콩회항’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인하대 ‘이사’

그런데 문제가 불거진 인하대는 한진그룹 울타리에 속해 있어 더욱 눈총을 받고 있다.

한진그룹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와 인하공전, 인하대부속중·고, 한국항공대, 정석항공과학고 등을 운영 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번에 ‘땅콩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동생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동과 필요 없어진 경비노동자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인하대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는 지적이다.

김종수 사무국장은 “최근엔 경비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고용승계 등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하대는 과거에도 그랬고, 유독 고용승계 문제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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