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에서 헌법재판소는 인용 8명, 반대 1명으로 해산을 결정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헌법재판소의 대안은 없었다.

다수의 헌법재판관들은 19일 결정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통진당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결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비례의 원칙에 어긋남이 없다고 했다.

‘비례의 원칙’이란 헌재의 최상위에 있는 법률심사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제한 목적’의 정당성, ‘제한 수단’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최소침해성을 충족해야 한다. 다른 말로는 ‘과잉금지 원칙’이라고 불린다. 이번 정당해산심판의 본질은 참정권, 정치결사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과잉금지 원칙’을 기준으로 심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 같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르면 정당해산 결정은 설사 통진당에 위헌적인 요소가 일부 있다 하더라도, 우리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할 급박하고도 현실적인 위협이 존재해야 한다. 과연 통진당이 대한민국을 파괴할 정도의 현실적이고도 위협적인 세력인지는 고민해봐야할 문제다.

◇ 10년 대안정당의 고민, 물거품

통진당의 역사를 올라가보면 2001년 민주노동당이 시초다. 당시 신한국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양분되어 있던 우리 정치사에 노동자 및 소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성됐다. 헌재의 결정에 대로라면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은 무려 10년 이상 현실적인 파괴의 위협에 노출된 상태인 셈이다.

통진당은 대안정당의 하나로 진보정당 통합을 통해 2012년 총선에서는 원내에 13명을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 약 7%가 통진당을 지지했다. 이 같은 통진당의 약진은 기존 정치세력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대안정당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실험이었다.

그러나 이날 헌재 판결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대안정당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물거품으로 만든 결과가 됐다. 통진당을 지지했던 국민들과 3만여 진성당원들은 모두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이 됐거나, 이에 추종하는 세력이 됐다는 결정과 다름없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이종수 법학전문학원 교수는 “소수지만 여전히 일부 국민이 지지하고 있고, 약 3만여 당원이 남아 있는데 이들이 모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배제해야할 세력인지는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대의견을 표시한 김이수 재판관도 “통진당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도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해산해 버린다면, 이러한 활동을 지지해 온 대다수 일반 당원과 국민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헌법재판소 ‘과연 대안이 없었을까…’

무엇보다 헌재는 국민의 선택에 따라 이뤄져야 할 정치세력의 존폐까지 결정해 버렸다. 정당해산제도의 본래 취지는 권력으로부터 야당 등 소수당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어떠한 권력도 헌정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정당을 해산시킬 수 없고 국민의 선택만이 정당의 존폐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방어적 의미가 강하다.

때문에 정당해산제도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그것도 보충적으로 적용되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시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조차 이러한 내용들이 적시돼 있다. 

비록 통진당 내 일부 당원의 문제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급박하고도 현실적인 위협이 없다면, 국민의 선택에 따라 당의 존폐가 결정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주의가 출범한 지 불과 5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2번이나 이뤄낸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은 결코 낮지 않다.

실제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국민 다수는 이미 통진당에 등을 돌렸다. 통진당은 둘로 갈라졌고 현재는 급격히 세가 줄어든 상태다. 최근 정당지지율 여론조사만 봐도 통진당의 지지율은 3% 남짓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저는 개인적으로 통합진보당의 활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당 해산 결정이라는 중대 사안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투표로 심판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동서 대립이 극심했던 56년 서독도 공산당 해산심판에 무려 5년이 걸렸는데,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헌재 결정이 너무 서둘러 내려진 감이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선례가 남으면서 앞으로 진보정당의 입지는 줄어들고, 소수국민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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