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제지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현대판 신데렐라’, ‘베일에 싸인 CEO’. 중견제지업체 영풍제지의 최대주주인 노미정 부회장(46) 앞에 붙는 수식어다. 영풍제지 창업주인 이무진 회장(81)은 아들 대신 35살 연하의 두번째 부인인 노 부회장에 보유 지분 전량(51.28%)을 넘겨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단숨에 ‘최대주주’로 등극한 노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은 지도 어느새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현재 노 부회장의 경영 능력엔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베일에 싸여있는 데다, ‘과도한 주식담보대출’로 시장의 우려만 사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 악화로 회사가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도 ‘고액 연봉’과 ‘고배당’으로 ‘제 배만 불리는 모습’을 보여 곱지 않은 뒷말을 낳았다.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에 투자자 우려 증폭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은 최근 또 다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노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영풍제지 주식 6,493주를 맡기고 2억원대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로써 현대증권에 맡긴 노 부회장의 영풍제지 주식수는 총 28만2,354주, 대출금은 30억원까지 늘어났다.

노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한국증권 등 금융권에 제공한 주식수는 111만1,354주, 대출금만 101억원에 달한다. 증여를 받은 지 2년 만에 보유주식(120만8,494주) 중 92%가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있는 실정이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고 손쉽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 일가들이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법으로 통한다. 

그러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은 주주들이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결코 반가운 이슈가 아니다. 주가가 큰 폭으로 급락하거나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반대매매(대출금회수)’의 위험에 노출돼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

′반대매매′란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 이하로 떨어지거나, 채무자가 기간 안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사가 담보 주식을 임의로 시장에 내다파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를 통해 담보 주식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가 급락한다. 이런 불안한 요소들 때문에 오너일가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은 그 자체로 ‘주가하락’을 부를 수 있다.

또한, 최악의 경우 경영권까지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실제로 최대주주가 과도한 주식담보대출로 경영권을 잃는 사례들이 종종 있어왔다. 지난해 3월 반도체 제조기계 업체인 금성테크는 담보제공한 주식의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바 있다.

 
이런 우려에도 노 부회장은 주식 전량을 증여받은 이후 끊임없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영풍제지의 창업주 이무진 회장은 지난 2008년 35살 연하인 노미정 부회장과 재혼해 2012년 12월 보유 지분 전량(113만8452, 지분 51.28%)을 증여했다. 이에 따라 노 부회장의 지분율은 4.36%에서 55.64%까지 올랐다.

그렇다면 노 부회장이 ‘급전’ 마련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일단 재계에선 ‘증여세 납부’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영풍제지, 오너 일가 '주머니 채워주기'에 총력 '빈축'

세무당국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장사 주식을 증여할 경우 초과금액의 50%를 세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증여 당시 영풍제지 주식의 주당 가격이 1만6,800만원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노 부회장의 증여된 지분 가치는 약 19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결국 노 부회장은 95억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노 부회장은 ‘증여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보대출 이자’와 ‘증여세’ 등을 감당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노 부회장의 잇단 주식담보대출은 주주들의 우려의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영풍제지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라 아는 바가 없다”는 말로, 뚜렷한 해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노 부회장에게 ‘고액 연봉’과 ‘배당’을 챙겨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고 있다.

영풍제지는 노미정 부회장이 지분을 증여받은 이후 ‘폭탄 배당’을 실시했다. 2011년 25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이 2,000원으로 훌쩍 뛰면서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2013년엔 전년도 당기순이익이 반토막이 났음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당시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37억원이 주주들에게 배당됐다.

여기에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 부회장에 오른 이후 임원 연봉을 대폭 높여 시장 안팎에선 “오너일가의 배를 채워주는데 급급하다”는 눈총어린 시선이 쏠렸다.

이처럼 노 부회장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실적 부진과 함께 구설수가 이어지면서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또한 노 부회장은 외부의 노출을 피한 채 베일에 싸여있다.

한편 영풍제지 측은 이런 시선에 대해 곤혹스런 모습이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 차원에서 오너의 담보대출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며 “다만 앞으로 있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설명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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