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그래,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이름 탓을 한다. ‘그 밥에 그 나물’로는 감동도 흥행도 주지 못하기에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한사코 말렸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대표선수로 나섰다. 오는 2·8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한 문재인·박지원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두 사람은 양(羊)띠 해가 시작되는 첫날, 무등산의 상서로움을 받기위해 눈이 양털처럼 수북하게 내리는 광주로 내려온다. ‘무등산이 엄마 품 같아서 찾아왔다’고 넉살을 부린다. 그리고는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바꾸자고 내 뱉는다.

'새정치'와 '민주'를 합치되 약칭은 '민주'를 뺀 '새정치연합'으로 정했던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아 옛날이여, 민주당이 그립다’며 은근히 부추긴다. 그것도 ‘민주당’이란 당명을 그대로 쓰면 올드보이 냄새가 난다. 그러니까 ‘새정치’라는 단어를 넣어 '새정치민주당'이라는 짬뽕 스타일의 당명을 만들면 ‘어~떻습니까’ 하고 제안한다.

소위 제1야당을 이끄는 자칭, ‘계파보스’들이 새해 첫 일성으로 꺼낸 한마디가 고작 ‘이름 바꾸기’다 보니 당원조차도 ‘그들만의 리그’에 관심이 별로 없다.

오늘의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는 딱 여기까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6·4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무참히 참패한 이유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알성 싶다.

그러한 현실정치는 외면한 채 이른바 ‘빅3’ 가운데 문·박 두 사람은 대다수 의원들의 불출마 권유를 뿌리친 채 기를 쓰고 당권도전에 나섰다. 당이야 산으로 가든 ‘내 갈길 가는 데 무슨 소리냐’는 식이다. 물론 두 사람은 7일의 전대 예비경선인 ‘컷 오프’를 통해 결선에 진출할 게 뻔하다. 그리고 나머지 3후보 가운데 여기에 합류할 한 사람이 누구냐가 관전 포인트다.

문제는 구경꾼도 없고 감흥도 없는 전당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 하기는 커녕 당명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걸 보면서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이름이 나빠서 정치를 그따위로 했느냐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때문에 과거 대권에 도전했던 한사람은 당을 뛰쳐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다른 한 사람은 당명 바꾸기에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그 측근들은 전대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안철수는 왜?’라는 제목으로 대담형식의 ‘대선 비방록’을 곧 출간한다.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신당 창당 논의도 불사하겠다는 형국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져 울상인 판에 혹여 신당 창당이 가시화된다면 전당대회의 앞날도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하더라도 ‘친노가 당권을 장악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논리가 확산된다면 그가 끝까지 완주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4일 발표된 휴먼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가 이런 위기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제3의 새로운 정치세력인 ‘국민모임’의 주체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자그만치 18.7%에 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21.1%)의 지지율과는 단지 2%포인트에 불과하다.

더욱이 응답자의 37.5%가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굳이 비노계 후보로 당권에 도전한 박주선 의원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껏 수십 차례 지적됐듯이 문재인·박지원 두 사람의 과욕과 노욕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대선평가 불복’ ‘대선패배 무책임론’ ‘오락가락 행보’ ‘당권-대권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 ‘호남지역 역차별’ 등 이제까지 문 의원 행태를 보노라면 믿음을 갖고 신뢰할 수 없는데 있다.

박 의원의 ‘정체성 없는 행보’도 마찬가지다. 정치판에서 오랜 야당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 안다. 문재인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박지원이 어떤 사람인지 뼈 속 깊이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대선 패배 이후 지금껏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만들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공천과정에서 자기사람을 채우는 등 당을 사당화시키는 일만 되풀이 해왔다. 정체성과 이념이 없는 정당으로 변한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는 고작 한다는 게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여당 발목 잡아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 결과 새정치연합은 올 청양의 해를 맞아 동네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양치기 소년’이 됐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자신을 구해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양치기 소년=문재인·박지원’을 거들 떠 보지 않는다. 거짓말도 한두 번 해야지 식은 죽 먹듯 하니 그들을 구경삼아 쳐다볼 국민들마저 별로 없다.

문·박 두 사람이 어떤 얘기를 해도 먼 산 메아리로 들리다 보니 전당대회가 갖는 의미는 퇴색되고 ‘그 밥에 그 나물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콩으로 메주를 쓴다 해도 믿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면 과욕으로 대별되는 구태 정치인들이 ‘묵은 의자’에서 내려왔어야 했다는 아쉬움만 남는다. 한참 커 나갈 젊은 차세대 정치인들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기에 그렇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