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2인자로 불리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아버지가 빨치산·인민군 활동을 했던 황재길로 파악되는 가운데, 그의 큰아버지 또한 6·25전쟁 당시 인민군의 참모장급 간부로 참전했다가 사망한 황호림으로 추측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북한 2인자로 불리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6·25전쟁 이후 월북하다 휴전선 부근에서 사살된 빨치산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 알려진 비전향장기수 ‘황필구’의 아들이라는 소문은 사실과 다른 셈. 비전향장기수는 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장기 복역한 인민군 포로나 남파간첩을 말한다.

복수의 정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황병서의 아버지는 빨치산 출신의 ‘황재길’로 파악되고 있다. 6·25전쟁이 터지자 인민군에 입대해 정찰대장을 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남한에 남아 첩보활동을 계속했다. 1965년 북한으로 잠입을 시도하다 휴전선 인근에서 사살됐다. 하지만 황재길의 고향이나 활동 지역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이름 역시 당시 빨치산 인사들이 가명을 많이 썼기 때문에 본명인지는 확실치 않다.

최근엔 황병서의 큰아버지가 6·25전쟁 때 인민군의 참모장급 간부로 참전했다가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군 상좌(한국군 대령과 중령 사이) 출신으로 1995년 탈북한 최주활 탈북자동지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59∼67년 평양외국어유자녀학원(현 평양외국어학원)을 함께 다닌 황승미가 황병서와 친사촌 사이”라면서 “황승미에게 아버지가 6·25전쟁 때 인민군 참모장으로 참전해 마산에서 전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황병서의 큰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인민군 보위성 부총참모장을 지낸 황호림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가 펴낸 ‘한국전쟁사’의 당시 북한군 주요 간부 명단을 보면 김일성 원수를 포함한 간부 73명 중 황 씨는 황호림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 황승미가 다닌 것으로 알려진 평양외국어유자녀학원은 주로 전사한 인민군 간부의 자녀를 입학시켜 교육한 곳이다.

이와 관련, 정보 당국에선 황병서가 북한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6·25 때 전사한 큰아버지와 목숨을 걸고 빨치산·인민군 활동을 했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일성의 직계 후손이 아닌 사람이 북한 당·군에서 고위직에 오르려면 선대가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한 ‘빨치산 줄기’ 또는 6·25전쟁에서 공을 세우거나 전사한 ‘낙동강 줄기’여야 한다.

한편, 황병서는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김정은 시대 들어 급부상했다. 지난해 4월 불과 11일 만에 상장(한국군의 중장)에서 차수(대장 위의 계급)로 두 계급 진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깜짝 방문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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