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용산의 휴대폰 매장 밀집지역 모습.
[시사위크=신승훈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단통법은 국민들의 가계지출과 직결되는 통신비 관련 법안인 만큼 시행 이후 그 파장이 컸다. 연이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동안 얼어붙은 시장 탓에 판매점들은 하나 둘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 정부 “단통법 이후 시장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발표

100일이 지난 현재 정부는 시장이 안정을 찾았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일 미래창조부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첫 달인 10월 하루 평균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3만6,935명으로 같은 해 1∼9월 일평균 가입자 수인 5만8,363명을 한참이나 밑돌았다. 1∼9월 가입자 수 평균을 100%로 잡았을 때 10월에는 63.3%로 급락한 것이다.

하지만 11월 일평균 가입자 수는 5만4,957명으로 늘며 94.2% 수준으로 올라섰고, 12월에는 6만570명으로 103.8%를 기록하며 단통법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석 달간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의 평균 수준도 낮아져 단통법 직전 3개월 4만5,000원이었던 평균 요금이 12월에는 3만9,000원으로 14.3%(6,448원)가 떨어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미래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에 가입시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돼 소비자가 가입 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 결과”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하며 단통법이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통법의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 <사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이동통신유통협회 집회 모습, 활기잃은 휴대폰 매장 풍경, 단통법 반대 퍼포먼스 모습.>

◇ 유통가 ‘텅텅’,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엄동설한’

기자가 용산, 강변 등 휴대폰 판매점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판매점들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 한 마디로, 수치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결과물일 뿐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텅텅 비어있는 매장을 지키고 있던 한 판매점주는 “지금 같은 저녁시간이면 손님 한 둘은 있어야 정상”이라며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폐점한 곳도 있고 전체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점주는 “가입자 수는 단통법 시행 초창기 보다 늘어났다고 하지만, 판매점 수익은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단통법 시행 이전만큼 가입자 수가 늘어났음에도 판매점의 수익이 따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통법으로 신규나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가입자 중 번호이동 비중은 감소(1∼9월 38.9%→12월 29.7%)하는 대신 기기변경 비중은 증가(26.2→41%)했다.

하지만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기기변경에 지원해주는 장려금으로는 단말기를 팔고도 적자가 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하소연이다.

가입자는 늘었지만, 보조금이 줄어 고가인 최신 단말기 보다는 중저가 단말기와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유통업계의 수익감소 원인이다.

▲ 단통법 시행 100일이 지났지만, 유통가의 시장은 여전히 얼어있다. <사진=폐업한 휴대폰 매장 모습.>

◇ 위약금 상한제 등 보완할 점 개선돼야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와 가계 모두 단통법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개통시점부터 중저가 요금제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통신비가 줄어든 것처럼 보인지만, 통신비는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합친 금액이다”라며 “단통법으로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어 소비자가 느끼는 가계통신비 절약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유통업자들이 단통법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단통법의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의 상한선이 모두 동일하게 정해지면서 대량의 보조금을 뿌리던 대형유통점의 실적이 대폭 하락해 소규모 판매점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폰팔이 소리 안 들으면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대감도 전했다.

이통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들이 기기변경에 대한 장려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출시 후 15개월 이상 지난 단말기에 대한 위약금을 30만원 정도로 줄이는 ‘위약금 상한제’ 또한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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