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3년여 간 제약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경영승계였다. 주요 제약회사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경영승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부사장에서 승진한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지난해 실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 가운데, 윤웅섭 사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삼일제약. 이들 제약업체는 최근 2~3년간 오너 2~3세로의 경영승계가 활발하게 이뤄진 곳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3월 강정석 사장이 3세 경영체제를 완료했고, 녹십자 역시 지난해부터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웅제약과 삼일제약 역시 각각 윤재승 회장과 허승범 사장이 각각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는 최근 제약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오너 2~3세의 경영승계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동제약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아로나민’으로 유명한 일동제약은 고(故) 윤용구 회장이 문을 열었으며 70년 넘게 국내 제약업계를 지키고 있다.
일동제약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은 윤웅섭 사장이다. 윤웅섭 사장은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으로 가업을 잇게 됐다. 일동제약으로선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윤웅섭 사장이 처음 일동제약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던 그는 일동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PI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윤웅섭 사장은 지난 2013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명실상부 일동제약의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
◇ 도약 필요한 일동제약과 증명 필요한 윤웅섭 사장
이처럼 입사 11년 만에 진정한 ‘리더’의 자리에 오른 윤웅섭 사장은 올해 중요한 기로에 설 전망이다. 회사의 실적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반등을 이끌 ‘역량’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동제약은 지난 2010년 이후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중반에서 3%대까지 뚝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제약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불황과 ‘리베이트 철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더욱이 일동제약은 지난해 초 2대 주주인 녹십자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일동제약은 당장의 경영권은 지켜냈지만, 향후 언제든지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회사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유니기획과 일동후디스, 일동생활건강, 일동후디스 모두 실적 또는 재무상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웅섭 사장은 올해 일동제약의 반등을 이끌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동제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비장의 무기도 있다. 비만치료 신약인 ‘벨빅’이다. 벨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아레나제약이 개발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2년 12월 아레나제약과 벨빅의 국내 도입 및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올 상반기 중에 출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일동제약의 목표다.
문제는 일동제약이 ‘벨빅 효과’를 얼마나 보느냐다. 신약은 제네릭(카피약)과 달리 출시 1년 동안의 성적이 성공과 실패를 가늠한다.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했던 일동제약에게 2015년이 아주 중요한 이유다.
특히 윤웅섭 사장은 벨빅 도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벨빅의 성패는 윤웅섭 사장의 경영능력 및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침 ‘청양의 해’인 올해, 윤웅섭 사장은 양띠 경영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윤웅섭 사장이 2015년을 자신과 일동제약 모두 도약하는 한 해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