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제 2015년도 보름이 훌쩍 지났다. ‘2014’에 비해 다소 낯설었던 ‘2015’ 어느덧 익숙해진 요즘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조금은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된 2015년. 초반의 화두 중 하나는 ‘갑질’과 ‘열정페이’다.

‘갑질’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2014년과 2015년을 관통하고 있는 이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고개를 든 갑질 논란이 백화점 모녀 사건과 백화점 뺨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갑질 논란이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열정페이’ 논란은 큰 틀에서 이러한 ‘갑질’ 논란에 포함된다. ‘갑’의 지위를 지닌 고용주, ‘을’의 위치에서 적은 급여나마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울어진 관계 속에서 우리의 수많은 청년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크고 작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의 황당한 발언은 이런 점을 더욱 여실히 보여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무대’라는 행사에서 “열악한 아르바이트라도 인생에 좋은 경험이다. 방법이 없다”, “아르바이트에서 그런 사람(악덕업주)이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내가 20대 때는 청년들이 취업 걱정을 안 했다. 저는 재밌게 보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여러분의 능력이다” 등의 발언을 해 청년들의 분노를 샀다.

열정페이 논란과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부족한 ‘최저임금’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그 빈자리를 ‘보람’과 ‘경험’으로 채울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결코 보람과 경험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가치만큼 중요한 게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배우기 어렵다. 오히려 착취를 당하면서 권리에 눈을 감는 방법만을 배울 뿐이다.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에 눈 감지 않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청년들이 있다. 지난해 각각 맥도날드와 롯데호텔에서 석연치 않은 해고를 당한 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사회에 고발한 두 남녀청춘이다.

<시사위크>는 지난 12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청년유니온의 김영 씨와 알바노조의 이가현 씨를 만났다.


▲ 청년유니온 김영(왼쪽) 씨와 알바노조 이가현 씨.
<시사위크 (이하 시사)> : 방학인데 소중한 시간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영 (이하 김)> : 이름은 김영, 올해 스물 넷이다. 대학을 조금 늦게 들어가 경제 쪽 공부를 하고 있다. 원래 집은 지방이어서 현재 서울에서 자취 중이다.

<이가현 (이하 이)> : 올해 23살이 됐다. 원래 집은 서울 강동 쪽인데, 학교가 부천 쪽이라서 자취를 하고 있다. 학교에선 법을 공부한다.

<시사> :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각자 지난해 자신이 뉴스에 나왔던 이야기를 해준다면?

<김> : 2013년 말에 롯데호텔에 있는 라세느 뷔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로 용돈이 필요했고, 특히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그래서 장기 알바를 구하는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초단기 계약으로 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일용직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 취업규칙 열람을 요구했다. 크리스마스나 설 명절 같은 휴일에 일을 하면 정규직은 가산수당을 받았는데, 나도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취업규칙 열람을 거부했고, 곧장 나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석 달 동안 아무 문제없이 일했는데, 갑자기 내 업무에 여자가 더 적합다라더라.

 ▲ 이가현 씨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맥도날드의 부당한 점을 사회에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 : 2013년 9월부터 학교 근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을 했다. 세계적인 업체이고, 알바생들이 워낙 많은 곳이라서 당연히 그런 부분들을 잘 챙겨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근로계약서도 한참 지나서 썼고, 백지 근로계약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알바노조라는 곳을 소개받게 됐고,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엔 맥도날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자 점장이 부르더니 “너 맞느냐. 왜 이런 걸 했느냐. 앞으로 하지말라”고 하더라. 그리고 나서 아무 문제없이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9월에 계약기간이 끝나자 다른 사람은 다 계약을 연장하고 나는 하지 않았다. 이미 담당자와 일하는 시간도 늘리기로 얘기가 오간 상태였는데, 갑자기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더라.


<시사> : 사실 김영 씨나 이가현 씨 같은 일, 혹은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하고도 제대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떻게 사회적으로 이슈화를 시키고, 속된 말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김> : 고등학교 때만 해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고, 나설 줄도 몰랐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청년유니온이란 곳을 알게 되면서 조금 달라졌다.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그저 대학생인 내가 나서면 뭔가 문제가 개선되고, 같은 또래 대학생들의 근로조건 같은 게 보호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걸 아니까 의협심이 불타더라.(웃음)

<이> : 요새도 근현대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싸운 사람들에 의한 결과더라. 알바노조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전에 전태일 열사 같은 분을 생각하면, 기자회견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알바노조를 통해 용기를 많이 얻기도 했다.

<시사> : 사회적으로 고발하게 된 계기나 그 이후 대응하는데 있어서 각각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이> : 예전에 학보사 소속으로 취재를 하다가 청년유니온이란 곳을 알게 됐고, 관심도 생겼다. 그러다 맥도날드 알바를 하면서 학교 선배를 통해 알바노조라는 곳을 소개받게 됐다. 저도 알바를 하고 있었고, 그런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김> : 처음엔 대중매체를 통해서 청년유니온을 알게 됐다. 이후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법 아카데미에 우연히 참여하면서 청년유니온에 가입하게 됐다.

 ▲ 김영 씨가 롯데호텔에서 해고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시사> : 이런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공부나 하지’ 이런 편견이나, 부모님의 걱정 등은 없었나?

<김> : 주변에서 이런 활동이 불필요한 것이라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 비춰지다 나중에 취업 등을 할 때 피해를 볼까 그런 걱정이었다. 그런 것 말고는 부정적인 지적은 없었다.

<이> : 저는 부정적인 댓글 내용이 기억난다.(웃음) 또 저번에 맥도날드 한국 본사에 방문했을 땐 한 직원이 “그러니까 알바나 하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더라. 하지만 그런 것들은 무시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다 알고 있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친구는 없다. 오히려 같이 일했던 맥도날드 매장 동료들은 먼저 연락이 와서 알바노조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시사> : 최근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여기에 대해 알바노조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넌 방법이 없다’는 현수막을 만들기도 했던데.(웃음) 김무성 대표의 발언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무성 대표가 나중에 사과하고 해명하긴 했지만, 그 발언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기성세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 김영 씨는 “노력이나 고생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도 경험이라고 치부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이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정해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의 취지는 ‘네 노력이나 고생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해도 경험이라고 치부하라’는 것 아닌가. 정말 잘못됐다.

기성세대와 우리 세대가 사는 세상은 다르다. 각 시대마다 세대가 겪는 아픔과 고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픈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 : 나도 같은 생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은 그동안 사람들이 참아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무성 대표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소위 살아남은 사람 아닌가. 같은 세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악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청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사> : 우리는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무척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에서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배우기란 쉽지 않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동자’가 될 텐데, 정작 노동자가 알아야할 기본적인 내용은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나 역시 맥도날드 일을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처음 써봤다. 그전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당연히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 맥도날드에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 나중에 일을 하게 될 텐데 우리 교육이 너무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예전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절반 정도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라, 업주와 알바생 모두 몰라서 그런 경우도 적지 않더라. 이만큼 우리 사회가 심각한데,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부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흔히 선진국에서는 초등부터 고등교육까지 노동과 인권 관련 내용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있다고 한다. 말씀하신대로 정규교육과정을 마치면 일부 재벌가 자녀들을 제외하고 다 일을 하지 않는가. 우리 교육과정에도 반드시 노동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시사> : 알바를 하면서 겪는 일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될 것 같다. 취업난이 심각하고, 일자리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어떤가,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김> : 사실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대학을 조금 늦게 들어갔고, 아직 2학년이다. 취업 문제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는 게 사실이다.

<이> : 저는 이제 4학년이 되는데, 주변에 고시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도 있고 휴학해서 인턴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도 있다. 한 학년 위 선배들도 취직을 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에 또 느낀 점이, 주변 학생 중에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를 다닌 친구들이 많다. 대다수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또 다른 문제들이 이어지지 않겠나. 꼭 노동 문제 뿐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열악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쪽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가현 씨는 지난해 5월 알바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계약 연장을 거부당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이 이가현 씨다.
<시사> : 제2의 김영, 제2의 이가현이 나올수록 사회가 변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아직도 두려워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잘 모르는 청년들이 많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 자기가 참여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꼭 나서서 싸우지 않더라도, 응원도 할 수 있고 후원도 할 수 있다. 또 최소한 주변에 ‘이런 점은 부당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런 작은 참여조차 없다면 아무것도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은 단순히 경제적 논리 때문에 책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에 대항해 싸워서 얻어낸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야한다. 그리고 그 힘에는 다양한 방법과 방식이 있다.

<김> : 자기 권리를 찾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아마 역사를 배웠다면, 특히 근현대사를 배웠다면 그들이 어떤 희생을 했고, 그로인해 지금 우리가 어떤 것을 누리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노예제도를 깨기 위한 희생이 없었다면 노예는 여전히 존재했을 것 아닌가. 자기 권리에 눈 감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사> : 자 그럼, 그 권리를 찾고 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이> : 알바노조는 2013년 1월에 생겼고 주로 상담과 캠페인, 각종 설문조사와 실태조사, 그리고 단체교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알바를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힐 경우 알바노조와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임금을 떼였다는 상담 전화가 많다. 또 알바노조라고 하면 학생들이 대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알바생’이면 참여가 가능하다. 요즘은 나이 많은 알바분들도 많다.

<김> :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노동운동에서 청년 세대는 배제되고, 보호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난 기간 쌓인 문제들이 많았는데, 청년유니온은 그런 것들을 사회적으로 끄집어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만 19세부터 39세까지 가입이 가능하고, 39세가 넘어가면 후원회원이 된다.(웃음)

<시사> : 정말 다사다난 했던 2014년이 갔고, 이제 2015년의 많은 날이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계획이나 목표, 바람이 있다면?

<이> : 아무래도 맥도날드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도 계속 싸워나가야 할 것 같다. 또 알바노조와 함께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올해는 꼭 최저임금다운 최저임금이 되길 바란다.

<김> : 저도 우선 롯데호텔과의 문제로 바쁠 것 같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는데, 롯데호텔이 최근 정식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다투게 될 것 같다. 바람은 롯데호텔로 복직하는 것, 그리고 저와 같은 처지의 청년과 초단기근로자들이 보호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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