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치권의 이슈메이커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희망 사다리론을 들고 나왔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대치인 9%를 기록하는 등 청년들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지사의 희망 사다리론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3일 홍준표 지사는 트위터에서 현대판 음서제도보다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선발이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사회다. 신분의 대물림은 옳지 않다며 사법시험 제도를 옹호했다. 이어 15일에는 사법시험제도가 없었다면 고졸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겠느냐며 사법시험 제도를 희망의 사다리로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 사법시험제도는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인생역전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가난한 시골농부의 자식에서 판검사로 금의환향하는 드라마 같은 일이 우리 주변에 심심찮게 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일용직 노동자에서 사법시험을 통해 상류사회로 진입했고, 홍 지사 역시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울 정도로 가난한 집안의 아들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법시험과 같은 서민들에게 인생역전의 제도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법시험을 대체하는 로스쿨은 3년 등록금만 1억이 넘는다. 장학제도나 사회적 배려대상전형을 마련해두고는 있지만, 졸업 후 학자금 대출부터 갚아야 하는 서민층 청년에게는 별나라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5급 공무원공채(구 행정고시)가 축소되고 민간경력 특채가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친 청년들에게 스펙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또 늘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법시험을 예로 들었지만, 홍 지사의 이 같은 인식은 대한민국 사회에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청년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30대 청년들은 스스로를 이른바 ‘3(연애·결혼·출산포기) 세대라고 부르며 희망의 끈을 놓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가 도전의식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20~30대에겐 도전의식이 없다기 보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 논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로스쿨에 가기 힘든 사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만들어 기회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비시험제도를 담은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야권뿐 아니라 김학용·함진규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들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로스쿨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사법시험도 병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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