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호텔이 뷔페에서 일하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된 뒤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던 20대 청년 알바생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학업을 위해 서울에서 고시원 살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청년은 부당해고 판정에 안심할 겨를도 없이 대기업과 대형 로펌을 상대하게 됐다.

▲ 지난해 12월 16일, 롯데호텔에서 해고된 뒤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김영 씨가 청년유니온 등 각 노동·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 매일매일 근로계약서 쓴 청년, 부당해고 판정을 받다

롯데호텔의 뷔페 ‘라세느’에서 일하다 지난해 3월 돌연 해고된 김영(23) 씨는 지난해 11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자신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롯데호텔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노위의 판단을 달랐다.

사실 김씨의 ‘알바’는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장기알바’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실제로는 초단기근로계약을 맺는 ‘일용직’이었다. 김씨는 석 달 동안 일하면서 매일매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했다.

또한 해고 과정도 갑작스럽고, 석연치 않았다. 자신의 근로조건이 궁금해진 김씨가 취업규칙 열람을 요구하자 롯데호텔은 이를 거부했고, 곧이어 용역업체는 “그만 나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청년 ‘알바’ 울린 롯데호텔의 치졸함>
 

▲ 롯데호텔이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제기한 소장.
이처럼 여러모로 청년 알바생을 울린 롯데호텔은 중노위의 판정에 불복했다. <시사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23일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롯데호텔은 소장에서 “해당 알바생과의 계약은 일 단위 근로계약이 분명하다”며 “해당 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는 점을 전제로 내려진 판단은 위법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의 ‘원고’는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이고, ‘피고’는 중노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소송 결과에 영향을 받는 ‘주체’는 김씨다. 더구나 롯데호텔은 소송대리인으로 국내 유명 로펌의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

특히 롯데호텔 측은 소송제기에 앞서 수차례 김씨를 찾아가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 측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원직 복직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우린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김씨에게 말했다.

또한 “일용직이 많은 라세느를 외주로 돌릴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일하던 비정규직들은 당연히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김씨와 같은 처지였던 동료들을 볼모로 잡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유가 통하지 않았고, 결국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 20대 청년과 끝장 보려는 롯데호텔

타지에서 학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롯데호텔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알바를 놓지 않고 있다. 그런 그에게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대기업과의 소송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중노위 판정 이후 복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했는데, 이제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며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굴지의 대기업인 롯데호텔이 20대 청년과 소송까지 벌이며 ‘끝까지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김씨와 같은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존재가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김영 씨.
김씨의 복직을 받아들일 경우, 김씨와 같은 계약을 맺고 일하던 수많은 근로자들이 ‘권리 찾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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