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이인영·박지원 의원.(사진에서 왼쪽부터) 이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제각각 다른 분석을 내놓으며 전대 승리를 점쳤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의원이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서로 상반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문 의원의 대세론이 확인된 가운데 예상 밖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 의원과 함께 ‘빅2’로 불렸던 박 의원의 지지율이 이 의원의 지지율보다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주목할 부분은 광주·전라 지역의 지지율이다.

◇ 문재인 대세 속 ‘예상 밖’ 박지원의 고전과 이인영의 약진

문 의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34.6%를 기록하며 선두를 차지한 데 이어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26.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 의원(24.6%)과 박 의원(19.9%)이 따랐다. 당초 호남의 강세가 점쳐졌던 박 의원이 3위로 밀린 셈이다. 반대로 이 의원은 문 의원과 1.7%p 차이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다. (응답률 4.8%, 95%의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이 의원 측에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캠프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와 전남 합동연설회를 마친 직후 실시된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호남이 이번엔 세대교체를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이 의원은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 ‘빅2’로 불리는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각각 ‘전국정당’과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바람을 예고한 이인영 의원은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호남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아닌 ‘이인영 대안론’을 밀 경우 선거 판세는 대혼전 양상으로 빠질 수 있다. 호남은 야권의 텃밭이자 당의 심장부다. 문 의원이 “전북과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한 배경이다. 뿐만 아니다. 전북의 경우 당 핵심 지지기반이자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2·8전당대회까지 남은 시간 동안 판도를 좌우할 승부처로 꼽힌다. 당권 경쟁에 나선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남을 찾는 이유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의원 측에선 견제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승리를 확신했다. 한정우 공보특보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와 상대 후보에 대한 얘기가 아닌 당의 비전과 미래를 말하는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하며 “민심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당의 존재가 힘들다.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문 의원의 캠프에선 민심은 물론 당심에서도 우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당심으로 보긴 어렵다’는 기자의 지적에 한 공보특보는 “대의원 쪽에선 박빙우세지만, 호남에서 매우 중요한 전북 지역 권리당원에선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세를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른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의원은 물론이고 권리당원 쪽도 우세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당심은 민심을 따라가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문 의원은 “국민과 당을 잇는 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지원 측 “국민여론조사, 당 대표 경선에서 15%에 불과”

박 의원 측에선 꼴찌를 차지한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도리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김유정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여론조사는 캠프 자체 조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다. 특별히 안 좋을 게 없다”면서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선 당원들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여론조사는 당 대표 경선에서 15%에 불과하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어 김 대변인은 “리얼미터나 그 밖의 다른 곳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당원 명부가 아닌 일반인 대상이기 때문에 인기조사 또는 인지도 조사와 다름없다”면서 “권리당원 조사를 두 번 진행했는데, (박 의원이) 1차 때보다 2차 때 상승세를 보이며 앞서가고 있다. 자체 조사는 물론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박 의원의 캠프에선 전대룰에 입각해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국민, 일반당원 모두 포함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중치까지 포함해 문 의원보다 2%p 앞섰다. 김 대변인이 “당심 1등은 박지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사실상 여론조사 순위와 상관없이 각 후보들 모두 승리를 점치고 있는 모습이다. 민심이 곧 당심으로 주장하는 문 의원과 민심 보다 당심을 강조하는 박 의원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 전략에 나선 이 후보의 약진이 17일 앞으로 다가온 전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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