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기업의 '큰 손' 역할을 하면서 재벌 편들기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14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어제 개최된 하이닉스반도체 임시주총에서 최태원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낸 것에서 보듯,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정욱 등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이사장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며 이 같이 전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국내 우량기업 대부분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신한금융지주ㆍKB금융지주 등 금융회사와 KTㆍ포스코 등 주요 상장 회사에서는 제1대 주주로 주식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영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 논의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그리고 실제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는 극히 의문이라고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특히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내역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특히 재벌 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 경제개혁연대 측에 따르면 참여연대가 2004년 손길승 회장의 SK해운에 대한 횡령 행위에 책임을 묻는 이중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하면서 당시 SK㈜의 주주였던 국민연금에 원고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민연금은 주주대표소송 등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내부기준이 정비되지 않아 참가할 수 없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얼마 후인 2005년 대상 임창욱 회장의 횡령에 대한 주주대표소송과 2008년 정몽구 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에 따른 주주대표소송 참여요청에도 국민연금은 내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또한 삼성특검 당시 위법행위가 드러난 삼성그룹 임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에 대해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수용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연금이 모든 안건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이사선임안과 SK㈜와 SK이노베이션의 최태원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서 자체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각각 반대한 사례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그러나 “이들 사례는 모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실제 표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면서 “어제 있었던 하이닉스반도체 임시주주총회의 최태원 이사선임 건과 같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실제 표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을 경우, 유례없이 ‘중립’ 의견을 내는 등 다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단순한 기관투자자가 아니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책임 또한 막중하다”면서 “특히 현재 재벌기업에 대한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음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재벌총수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는 작년 하반기 이후 논의가 중단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을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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