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수첩 파동과 신임 원내대표로 비박의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당 장악력이 한층 커졌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새누리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 안팎의 분위기가 묘하다. 청와대의 견제를 암시했던 ‘김무성 수첩’ 파동이 다시금 거론되면서 당청 관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 실제 김무성 대표의 노출된 수첩 속 ‘K·Y 배후설’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공교롭게도 이니셜로 지칭된 K와 Y가 당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바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다.

◇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박심’과 ‘당심’의 거리

주목할 점은 수첩 파동 이후 김 대표의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정면 반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건넨 덕담도 ‘뼈있는 말’로 해석했다. “당은 대통령과 한 몸”, “대통령 뒤에 백만 원군인 당이 있다”는 말이 결국은 당·청의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이 선출된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박심’과 ‘당심’의 거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데 당 안팎의 이견이 없다.

물론 유 신임 원내대표는 자신을 ‘비박’으로 일컬어지는 데 “기가 막힌 일”이라며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그를 ‘친박’에서 멀어진 ‘탈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박심’을 등에 업고 대세론을 형성한 이주영 의원과 비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 측은 비박의 지지를 받은 유 원내대표의 승리를 점쳤다. 경선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김 대표 측은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146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주 의원을 84대 62로 19표차 앞설 것이라 전망했다.

▲ 비박으로 일컬어지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면서 친박의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첫 공식 행사와 다름없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친박 핵심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이 불참하며 갈등을 예고했다.
이 같은 전망은 현실화됐다. 물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선거로 불렸던 만큼 변수는 있었다. 바로 국무위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이들은 지난 2일 투표 중간에 ‘전격’ 나타나 한 표를 행사했다. 당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들과 함께 투표에 동참하려 했으나 김 대표의 만류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3표의 변수는 투표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 의원의 승리엔 변함이 없었지만, 당초 예상했던 참석 의원이 3명 더 추가돼 149명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주 의원의 예상 득표수도 3표 더 추가돼 65표를 얻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뒷말이 여전하다. 청와대의 원내대표 선거 개입을 확신할 순 없지만, 오해의 여지가 분명한 국무위원들의 투표로 논란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청와대의 절박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함께 당청의 지지율이 역전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33.2%)과 새누리당(37.4%) 지지율 격차를 4.2%p로 발표한 데 이어 10일 뒤 한국갤럽에선 박 대통령(29%)과 새누리당(41%) 지지율 격차를 12%p로 발표했다.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당청 지지율 역전현상이 지난해 12월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 상도동계의 기대주, 원내지도부 입성한 유승민의 ‘형님’

때문에 당 안팎에선 향후 당·청 관계에서 힘의 기울기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 대표·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이 만나는 정례 모임 추진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호흡을 맞출 유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형님과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다. 지지율은 다소 떨어졌으나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사실상 미래권력과 가까운 위치다.

물론 김 대표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당 대표의 막중한 책임감만으로도 벅차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김 대표의 대망론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원불교에서 ‘태산’이란 법호를 받은 사실마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점쳤다. 김 대표의 정치적 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호가 ‘거산’이란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것. 상도동계의 반색이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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