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여부가 문재인 체제 출범 이후 여야 관계의 첫 시험대로 해석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바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때문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청문 보고서 단독 채택은 물론 본회의 강행까지 예고했다. 야당의 요청에 따라 본회의 연기를 제안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도 소용없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보이콧이고, 둘째는 본회의 참석 후 반대 표결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후보자의 부적격 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이완구 인준안’ 문재인 체제 출범 이후 첫 여야 대치

당내 무게추가 이 후보자의 총리 임명 반대로 기울고 있는 만큼 문 대표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물론 문 대표 역시 이 후보자의 인선에 부정적 입장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부동산투기 의혹과 병역 의혹에 이어 언론통제 의혹까지 제기된 것을 보면서 과연 그 분이 총리로서 적격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이미 두 번에 걸친 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이 후보자의 낙마에 앞장서기엔 부담스럽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 조건부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강경 노선을 택했지만, 인준안 처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직전 문희상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유지해 온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말처럼 이 후보자가 인준안 통과를 못할 경우 세 번째 낙마자가 된다.

무엇보다 이 후보자가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문 대표의 고민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주장이다. 앞서 문 대표는 이 후보자의 내정 직후 ‘호남총리’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 뒤라 자칫 충청권에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 후보자의 오랜 지인으로 소개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11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충청도에서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분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 후보자의 낙마는 충청권 표심 이탈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충청 민심을 잡아야 하는 문 대표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부적격으로 판정을 내린 야당의 입장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다면, 반대로 호남권 표심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가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일단은,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이 후보자의 인준을 일임하며 한 발 물러섰으나 정치권에선 향후 여야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선 문 대표의 ‘강공’을 기대하고 있다. 문 대표가 내세운 당내 화합과 계파 통합을 위해서라도 공공의 적을 세우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에서다. 눈앞에 닥친 이 후보자의 인선이 쉽지 않지만, 역으로 당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는 게 당내 공통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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