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끊임없이 휩싸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개인정보 보호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잇따르면서 ‘개인정보’가 아닌 ‘공개정보’라는 웃지 못 할 말까지 나왔다. 사실상 성인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되면서 대책 마련도 분주하게 이뤄졌다. 통신·금융 업계에게는 보안강화가 가장 큰 과제가 됐고, 정부에서도 각종 대응책을 내놓았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자체를 금지시키는 방안이 속속 도입됐다.

◇ 꾸준히 제기되는 의혹, 개인정보 불법 유출로 수렴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 통신업계의 대표주자인 SK는 개인정보와 관련해 끊임없이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SK텔레콤(SKT)과 SK브로드밴드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영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새정지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이날 SKT와 SK브로드밴드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실태를 또 다시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들은 SK브로드밴드가 해지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엔 SKT가 고객들의 서명을 직원들이 위조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SK브로드밴드가 국책사업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보관하고, 이를 영업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2년 정부가 발주한 디지털TV 전환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서 아날로그TV 사용자들이 디지털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컨버터와 안테나 등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전국 22만5,000여가구에 대해 설치 작업을 수행했다. 더불어 채널 재설정 방문교육 사업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로위원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SK브로드밴드가 이 과정에서 해당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보관해 영업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SK브로드밴드 강북센터에 보관 중이던 고객 개인정보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설치작업 확인서’에는 고객의 연락처와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개인정보 유출 문건.
이에 대해 을지로위원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획득한 개인정보를 불법 보관하고 영업에 활용했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라며 “국책사업을 발주한 정부관련 부처 및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SKT와 SK브로드밴드가 끊임없이 개인정보 무단 수집 의혹에 휩싸이자 고객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힘쓰는 사회적 분위기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까지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사태 악화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국회차원의 전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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