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부터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국내 휘발유값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기름값(휘발유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 폭탄 우려 등으로 속앓이가 깊던 소비자들 입장에선 한동안 싼 기름값으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 정유사들, 이번주 들어 휘발유 공급기준가 리터당 70원 대폭 인상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4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리터당 1,859원이었다. 기름값은 이후에도 내림세를 기록하며 2월 5일까지 계속 떨어졌다. 2월 5일 평균 휘발유값은 1,409원을 기록했다. 약 7개월 동안 기름값은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2월 6일부터 기름값에 변화가 감지됐다. 6일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7일에는 1,410.59원으로 올랐고, 12일 현재까지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현재 1,424.82원이다. 소폭이지만 주유소 기름값은 연일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가격인상은 국제유가 반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는 지난달 중순 전저점을 찍었다. 원유도입 이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나야 가격반영이 된다는 정유사들의 설명에 비춰보면 가격인상 시점에 대해선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격인상폭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휘발유가격’은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때 가격인 ‘휘발유 공급 기준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정유사들은 이번주들어 한번에 70원 가까이 휘발유 공급기준가를 올렸다.

▲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 상승폭(자료=오피넷)/ 6일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이 오름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7일에는 1,410.59원으로 올랐고, 12일 현재까지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12일 현재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1,424.82원이다.

정유사들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을 지난 1월 마지막주 리터당 11원, 2월 첫째주 3원에 이어 2월 둘째주에 70원 정도 올렸다. 이에 따라 SK에너지의 이번주 휘발유 공급가는 전주 대비 72원 오른 1,508원, GS칼텍스는 71원 오른 1,503원으로 인상됐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번주 공급가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주유소 소비자가격도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 사이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질 때는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1~2개월이 걸린다는 이유로 가격인하에는 소극적이더니 국제유가가 반등하자마자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국제유가 급락으로 발생한 손실폭을 조금이라도 빨리 메워보려는 속셈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실제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손실폭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액이 28조5,576억원으로, 전년대비 8.3% 감소했다. 영업손실 역시 2,589억원을 기록했는데, 에쓰오일이 영업손실을 낸 것은 원유 정제시설 상업 가동 첫해인 1980년 이후 34년 만이다.

▲ 다음주 국내 석유제품 평균 가격 전망(자료=오피넷)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역시 1977년 이후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669억원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265억원 줄어든 4,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정유사들의 적자는 수개월 전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사 두었던 원유를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싼값에 판매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측은 다음주(2월 15일~2월 21일) 국내 석유제품 가격전망에서 “최근 국제석유제품가격 강세의 영향으로 국내 제품 가격은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 역시 국제시장에서 석유 수요가 늘고,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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