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윤장현 광주시장.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단 하나의 시정의 목표를 정하라면, 내 목표는 광주청년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 당당한 도시 광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서 살아갈 것인가. 이게 내가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다. 청년들이 살아갈 수 없다면, 광주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희망이 없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광주시정을 맡은 윤장현 시장의 목소리는 굳건했다. 중국의 발전과 함께 찾아올 ‘신황해권 시대’에 광주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비전을 찾게 해주자는 것.

윤장현 시장이 구체적으로 밝힌 광주의 발전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자동차, 에너지 그리고 문화다. 2015년은 이 같은 광주의 미래 먹거리 ‘삼각축’에 대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에 시정의 역량의 모으겠다는 게 그가 가진 올해의 그림이다.

아울러 사회적 갈등의 해소가 광주의 발전에 선결과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장현 시장은 “광주가 자랑스러운 저항의 도시지만, 노사 대립이 극렬하다는 이미지나 광주상황이 노동자 측으로 치우쳤다는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유치가 어렵다. 사회의 갈등을 스스로 해소하고 적절한 합의를 도출하는 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위크>는 민선6기 새롭게 광주시정을 맡은 윤장현 시장과의 대담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시정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특히 윤 시장이 시민운동가시절 쌓아왔던 미래비전과 철학을 어떻게 시정에 녹여낼지가 궁금했다. 윤 시장과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의 대담은 지난 13일 광주시청에서 진행됐다.

▲ 윤장현 광주시장(좌)과 <시사위크> 이형운 발행인(우)의 대담은 지난 13일 광주시청에서 있었다.
- 시민운동가 혹은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 첫 발이 광주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다. 민선 6기 약 6개월간의 시정생활이 어떠했는가.

“‘행정경험이나 정치적 역량도 부족한 내게 왜 이 일을 맡겼을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민위에 군림하지 않고 민생을 잘 챙길 것 같다는 바램으로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전 세계 난민들을 돕는 것에 정성을 쏟았다면, 이제 광주시민들을 섬기며 미래 후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각오로 임하고 있다. 취임 후 6개월은 이러한 광주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안타깝게도 시민들이 윤 시장의 의지가 홍보가 잘 안된 것 같다. <한국갤럽>의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여론조사 결과, 17개 시도지사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파악하고 있는가.

“광주시장으로 아직은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방향성과 브랜드 산업이 준비상태다. 때문에 시민들에게 홍보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 다른 시도시자 분들 중에는 연임했거나 기존 정치인 이미지 등 지자체장으로서 준비된 것이 있는 반면,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 아직 저만의 브랜드 정책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 시민들과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문제는 없는가.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한 것인데, 정무적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시민들과의 소통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공직자들과의 소통이 어색했다. 공무원들이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 출신 시장과 처음 일을 하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소통하는 방식이 몇 달간 익숙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시민들과의 소통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민운동가 출신에 처음 정치에 발을 내딛은 것이라 아직 정무적 감각이 익숙하지 않은 부분은 인정한다. 과거 그전 시민운동을 할 때에는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 의미 있다고 판단한 일에 시간과 재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시장을 역임하면서 일을 추진하다보니 이러저러한 일에 해석이 필요하고 언론의 평가를 받기도 하더라.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최근 코레일의 호남KTX 증편운행 계획에 ‘환영한다’고 말해 논란도 있었다. 영남에 비해 호남은 운행도 절반 이하고, 증편도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면서 여론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환영’의 의사표시를 한 이유는.

“환영까지는 아니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찬성입장을 보인 것이다. 수서역이 준비가 미진한 상태에서 경부선이랑 호남선을 수치화해 동등비교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서역이 출범하는 내년 초까지는 KTX 열차보유 등 전체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려하는 부분은 마치 이 일이 지역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대립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 윤장현 시장의 시정목표는 최종적으로 청년에 찍혀 있었다. 그는 "시정의 목표를 단 하나로 축약하라고 한다면, 내 목표는 광주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 지역갈등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광주는 현안마다 논란이 되는 등, 지역갈등은 광주가 안고갈 수밖에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지역갈등 문제의 해소방안이 있는가.

“지역갈등 속에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는 정치권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단순히 지역갈등의 구도에서만 논의해서는 탈피하기 어렵다. 영호남의 문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수도권대 비수도권의 경제를 비교했을 때 남부의 경제권이 더 어렵다. 이걸 영호남이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수도권에 비해 지방과 지역이 어렵다는 공동의 인식을 가지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달구벌-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달빛동맹을 만들기도 했다.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지역 방송 TV토론도 하면서 접점을 넓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그런 활동들로 광주나 호남을 바라보는 대구·경북지역의 민심의 흐름에 가시적인 변화가 있는 것 같은가.

“당장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영호남의 접점을 늘려가다 보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대구의 2.28민주운동이다. 광주의 5.18민주화항쟁처럼 대구에서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굉장히 자랑스러운 역사다. 반성해야할 부분은 저도 2.28민주운동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다는 사실이다. 누구 하나 피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대하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영호남의 젊은이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좋은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성 정치인의 과제인 것 같다.”

- 지방발전의 연장선에서 광주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미래 먹거리’다. 윤 시장의 구상은 무엇인가?

“미래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 그리고 아시아문화전당을 통한 문화관광 세 가지 축으로 간다. 현재 광주의 기아차 공장에서 연간 62만대를 생산한다. 울산 다음으로 큰 규모다. 그런데 제조업을 장려해 연 100만대까지 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광주는 자동차의 미래 트랜드에 주목해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도시로서 선점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한전과 산하기관 및 기업들이 광주로 이전해 온다. 에너지는 지역이든 국가든 주요 화두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지 모르겠지만 광주를 에너지 밸리로 자리매김 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윤장현 시장은 "광주를 위해서라면 김무성, 유승민과도 만날 수 있다"며 광주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 비전은 누구나 제시할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당면과제 설정과 극복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적절한 지적이다. 광주의 미래비전을 위해서는 광주만의 소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사회적 갈등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광주가 해양연안 도시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한 도시도 아니다. 대신 유능한 청년 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R&D(연구개발)쪽은 광주의 인프라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광주가 자랑스러운 저항의 도시지만, 이것이 자칫 극렬한 노사문제와 같은 이미지가 된다면 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 자체적으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호타이어가 6년의 노력 끝에 워크아웃에서 졸업을 했다. 금호타이어의 금속노조와 회사 측에 논의가 잘 이루어져 큰 탈없이 협상이 마무리되도록 노력했다. 기아자동차도 안정된 노사관계 속에 전국 6개 공장 중 가장 생산성이 높다.”

- 시정 말고 당정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최근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됐는데, 윤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불이익은 없는지, 그리고 앞으로 문 대표와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새정치추진위원회가 당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함께 배를 탔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의 정당 후보로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따로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문 대표를 뵙고 광주 현안이나 KTX문제 등에 논의 했다. 충분히 문 대표와 소통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또 당 소속문제를 떠나 광주를 위해서라면 김무성·유승민도 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지역현안이나 정치문제 관련, 세 가지를 요구한다면 무엇을 요구하고 싶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창조경제와 경제살리기에 잘 매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특히 광주에서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기업과 관계부처가 노력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범정부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금년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메가스포츠 대회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은 D-3년 등 연식으로 카운트하는 반면, 좀 서운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올해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 단일팀 추진을 통해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을 한다. 건물은 지어졌고 이제 어떤 콘텐츠를 여기에 담을지만 남아있다. 문화융성 시대의 기치를 걸고 양질의 콘텐츠 양성을 부탁드린다. 광주가 아시아 문화융성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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