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김문수 위원장의 구애는 박근혜 정부가 아닌 김무성 대표를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가대혁신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나도 (박근혜 정부가) 답답한데 그분들은 오죽 답답하겠느냐.”

지난 22일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를 질타하는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행보와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앞서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말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개헌’을 놓고 각을 세우며, 박근혜 정부를 옹호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12월 초 김문수 위원장은 서강대학교 특별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000년 만에 나온 여성 지도자”라며 “여성 대통령은 일본, 중국, 미국에도 아직 없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구애를 펼친 것이다.

◇ 목적은 존재감 알리기?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김문수 위원장의 구애는 박근혜 정부가 아닌 김무성 대표를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김문수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가했으나, 김무성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 리더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다만 김문수 위원장은 “좀 더 강력한 혁신을 하지 않으면 내년 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핫이슈로 꼽히고 있는 ‘증세 없는 복지’ 문제와 관련해 김문수 위원장은 “국가 재정 전체를 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순을 밝아서 ‘족집게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며 소형화 복지를 강조했다. 다운사이징이란 규모를 축소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운사이징을 언급한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증세 없는 복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같은 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서 김무성 대표 쪽에 무게를 실어준 셈이다. 앞서 ‘증세 없는 복지’ 문제를 놓고 김무성 대표는 ‘세금 인상 반대’를, 유승민 원내대표는 ‘세금 인상’을 각각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김문수 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김무성 대표를 향해 구애를 표하는 데는 ‘미비한 존재감 끌어올리기’의 일환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김문수 위원장은 당 보수혁신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과 여론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김문수 위원장의 혁신적 이미지가 새누리당에 미칠 긍정적 영향력 때문이다. 더불어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구성한 조직인 점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김문수 위원장이 이끄는 당의 보수혁신위는 이렇다 할 성과물 없이 출범 5개월 만에 종료됐다. 때문에 김문수 위원장이 이끄는 보수혁신위가 ‘용두사미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권의 차기 잠룡 후보인 김문수 위원장 지지율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풀이다.

따라서 김문수 위원장이 정치권과 여론에서 지적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박 대통령을 옹호했던 과거 행보에 차별화를 더해 존재감 알리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를 질타함으로서 혹평을 받고 있는 보수혁신위 경력을 회복하고자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문수 위원장은 이번 설연휴기간 미국에서 열린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북한인권개선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김문수 위원장은 10년 가까이 표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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