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호 레드캡투어 최대주주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구본호 레드캡투어 대주주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앞서 본인이 지분을 갖고 있던 범한판토스를 LG상사에 넘기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이번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해 횡포를 부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

비록 세입자들에 대한 욕설과 협박 등 직접적인 횡포를 ‘실행’한 것은 구본호 씨의 대리인이지만, 구본호 씨의 지시없이 이같은 충격적인 횡포가 가능 했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세 올려받기 위해 대리인 내세워 ‘갑질 횡포’

구본호 씨의 ‘갑질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22일 SBS 뉴스를 통해서다. 방송에서는 구본호 씨 소유의 4층짜리 빌딩에 세들어 사는 한 세입자의 사연이 소개됐다. 공개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덩치 큰 남성이 가게로 들어오더니 “거슬리게 하지 말라” “이 xx 진짜! 조심해 너 진짜” “너 xx 내가 불러서 진짜 묻어버린다” “너 진짜 그러다 죽어!” 등 거친 욕설과 함께 위협적인 행동까지 보인 것.

이 남성은 해당 건물의 주인을 대신해 세입자를 관리하는 건물주의 대리인(이하 A씨)이다. A씨는 세입자들을 이런 식으로 협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횡포는 해당 건물이 지난 2012년 7월 구본호 씨로 소유주가 바뀌면서 시작됐다는 게 세입자들의 설명이다. 건물주가 구씨로 바뀐 이후 세를 올려 받기 위해 압박이 시작됐고, 여의치 않자 아예 기존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구씨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A씨는 세입자들에게 욕을 하고 협박하는 것은 물론 영업중인 가게의 간판을 떼버리고 구청이 이런저런 사유로 신고해 영업을 방해하는 등 고약한 방법으로 ‘갑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세입자는 이 같은 ‘갑질’을 참지 못하고 건물을 떠나고 말았다.

문제는 해당 건물 1층에 세를 얻은 철물점이었다. 이곳 철물점 주인은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나갈 수 없다”고 버텼고, 이에 구본호 씨는 이씨를 상대로 2012년 10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1년여가 지난 2013년 7월, 법원이 세입자 이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구씨 측의 협박과 횡포는 더 심해졌다는 전언이다.

사실 ‘상가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세입자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 없다. 법적으로도 건물주의 횡포로부터 세입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구본호 씨가 몰랐을 리 만무하다. 소송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은, 결국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압박을 가해 ‘스스로 못이겨’ 떠나게끔 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 서울 논현동 구본호 씨 소유 건물(위) 및 토지(아래) 등기부등본(해당 건물과 토지가 모두 구본호 씨 소유로 돼 있다). 소유자인 '구베넷'은 미국 국적을 가진 구본호 씨의 미국명.

◇ 주가조작·먹튀·국부유출… 이번엔 갑질

물론 세입자들에게 욕을 하고 간판을 떼는 등의 횡포를 부린 것은 구본호 씨가 아니라 구씨의 대리인인 A씨다. 구씨는 A씨에게 ‘세입자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직접 써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건물주인 구씨의 동의 내지는 허락 없이 이 같은 갑질이 자행됐을 리 만무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 철물점주인 이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벌인 것도 구본호 씨고, 대리인 A씨의 횡포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결국 건물주인 구본호 씨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본호 씨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그야말로 싸늘해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구본호 씨를 향해 ‘구설의 아이콘’이라는 웃지못할 비아냥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구본호 씨는 지난 2008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가 하면, 그가 최대주주로 있던 범한판토스를 LG상사에 넘기면서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겨 ‘먹튀’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국적자로서 주식양도세 20억원을 내지 못하겠다며 조세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승소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의 국부 유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구본호 씨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로, 범 LG가(家) 재벌 3세다. 최근 범한판토스의 경영권과 주식 대부분을 LG상사에 넘기고 레드캡투어를 경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호 씨는 현재 레드캡투어 최대주주(38.39%)로 이름이 올라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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