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최근 '경제정당론'을 들고나오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급등하는 등 ‘호황기’를 맞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단순히 원내 제1 야당인 새정치연합을 잘 꾸려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국민들에게 ‘집권 가능성’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재인 대표가 들고 나온 게 ‘경제정당’이다. 문재인 대표는 ‘경제정당’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수권 정당’ 이미지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이미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마지막 연설에서 “경제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표는 “경제로 박근혜 정권을 이기겠다”며 “흩어진 48%를 다시 모으겠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겠다. 다시는 1~2%가 모자라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표는 설 연휴를 마치고 여의도로 돌아와서 첫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문 대표는 지난 2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했다. 이날 문 대표는 “우리 당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설 민심을 전한 뒤 “설에 제가 들은 민심을 잘 새겨 국민들이 우리 당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주의와 복지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유능한 정당이 되는 것이 우리 당이 가야할 길”이라며 ‘경제정당론’을 설파했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두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 문재인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경제정당’ 이미지 형성을 위해 경제현장을 샅샅이 훑을 계획이다. 지난 13일 대한상의를 찾아 박용만 회장을 만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문 대표는 국민경제정책수립을 위한 싱크탱크도 설립할 예정이다.

◇ 문재인 이미지 변신의 ‘득과 실’

문재인 대표가 ‘경제정당’을 들고 나온 또 다른 이유는 ‘급진성향’의 정치인이 아니라 ‘안정적인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전파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 있다. 사실 문재인 대표의 과거 민주운동 행적 등을 살펴봐도 그의 이미지는 ‘진보’에 가깝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석패한 원인도 따지고 보면 ‘과격한 진보’ 이미지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표 자신이 ‘안정적인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않고서는 지난번 대선과 같은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해 ‘경제정당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이념적으로 ‘좌 보다는 우’에 가깝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집권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급진적인 좌파 이미지가 강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는 “급진적인 사람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절단 낼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보수의 아이콘 김종필 전 총재와 손을 잡음으로써 급진적인 좌파이미지를 걷어냈고, 이어 ‘대중경제론’ 등의 저서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이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집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이미지 변신에 우려를 나타내는 야당 인사도 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문 대표가 ‘경제정당’을 표방하면서 ‘우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잘못하다간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새정치연합 정통 지지층의 이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새정치연합 일부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선장에 선출된 문재인 대표 입장에선 ‘선택의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선택이 집권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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