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선 캠프에서부터 손발을 맞춘 측근 상당수를 청와대에 포진했다. 반면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정치개혁의 아이콘 이상돈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 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현 정권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측근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박 대통령의 ‘입’으로 불린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의 시간을 “3년이 아니라 30년의 발전을 준비하는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고 호평한 반면 보수 진영의 대표 학자로 대선 당시 여권의 정치 쇄신 바람을 불러온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3년여 전 한솥밥을 먹던 식구가 서로 등을 진 모양새다.

이를 둘러싼 여권의 해석도 분분하다. 일각에선 ‘옛’ 동지들의 쓴소리에 대해 “자리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피력한다. 하지만 재갈을 물리지 않은 쪽이 물린 쪽보다 목소리가 큰 법이다. 실제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정치인들은 선거를 마친 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내각에 입각했다. 그러나 외곽에서 차출된 비정치인들의 사정은 달랐다.

◇ 호황 맞은 친박 의원과 등 돌린 보수진영 학자들

대표적 사례가 현 정권의 레임덕을 진단한 이상돈 교수와 김종인 가천대 석좌교수다. 두 사람은 박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 이어 본선 캠프까지 합류하며 각각 정치쇄신특위 위원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야당의 주요 의제였던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공로가 컸다. 하지만 정권 출범 이후 두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뿐만 아니다. 본선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치쇄신특위원장을 지낸 김용준·안대희 변호사는 국무총리 내정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차례로 낙마한 뒤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다.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어 온 김광두 원장 역시 정권 출범 이후 낮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상돈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 김용준 전 공동선대위원장,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개국공신으로 불리지만 현 정권과 선을 긋고 있다. 반면 현 정권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한국관광공사의 변추석 사장과 상임감사 자니 윤,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현명관 마사회장 등은 보은인사 논란으로 진땀을 뺐다.

결국 김종인 교수는 지난 2013년 12월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했고, 이상돈 교수는 비록 무산됐지만 2014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턱까지 올랐다. 김광두 원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객관적으로 대통령이 못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김용준 변호사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됐고, 변추석 홍보본부장과 자니 윤 재외선거대책위원장은 대선 이후 한국관광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각각 사장과 상임감사로 임명된 것. 이외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현명관 마사회장,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등도 캠프 출신 인사들이다.

현 정권 출범과 함께 호황을 맞이한 것은 친박 의원들이었다. 김광두 원장의 견제를 받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캠프에서 각각 비서실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특히 최 부총리는 경선에서도 총괄본부장을 지내며 친박 핵심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과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각각 기획단장·특보단장과 직능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김장수 주중대사와 조윤선 정무수석의 경우 경선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박 대통령의 곁을 지키고 있다. 경선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던 김 주중대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고, 조 수석은 선거 내내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현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에 이어 지난해 6월 정무수석으로 청와대 참모진에 합류했다.

▲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현직 의원들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김장수 주중대사, 조윤선 정무수석 등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문종(조직본부장)·윤상현(공보단장)·이학재(비서실장)·강석훈(정책위원)·이상일(대변인)·민현주(여성특보)·김상민(청년특보) 의원 등은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다만 대선 당시 캠프 좌장 격인 총괄선대본부장으로 투입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선거대책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현재 비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친박 원로 모임으로 알려진 ‘7인회’는 현 정권과 선을 긋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제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 6명은 지난해 7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낙마 파문 배후로 7인회가 거론되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급기야 최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같이 밥 먹고 편안하게 조크도 하며 잘 지냈는데,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달라졌다”면서 “참모가 직언할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