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회장 취임 이후 대한상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재계의 구심점이 대한상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안전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경제5단체장 회의'에 박용만(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참석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심상찮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명실공히 재계 대표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가 회장단 확대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대기업 오너 3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며 전경련 회장단 규모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 이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재계의 구심점이 대한상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회장단 규모 전경련 앞서… 체면구긴 ‘재계 맏형’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 경제단체는 자타공인 ‘전경련’이었다. 회장단을 비롯해 회원사 역시 대기업 중심으로 꾸려지며, 재계의 대표적인 이익단체 역할을 해와서다.

실제 1961년 창립 이후, 초대 회장을 맡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이 수장직을 거쳐 갔을 정도로 전경련은 여타의 ‘경제단체’들과는 격이 다른 모습을 취하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일단 ‘회원수’에서 동생 격인 대한상의에 밀렸다. 대한상의는 최근 대기업 오너 3명을 영입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비롯해 이만득 삼천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등이다. 이들은 대한상의 산하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서울상의) 회장단으로 합류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힘을 실었다.

이로써 서울상의 부회장은 기존 18명에서 2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박용만 회장(서울상의·대한상의)과 이동근 서울상의 상근부회장을 포함하면 서울상의 회장단은 23명이 된다. 이는 전경련 회장단 규모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전경련이 회장단 영입을 위해 여러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냈지만 모두 고사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현재 전경련 회장단은 기존 21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들었다.

▲ (사진 좌로부터 시계방향)대한서울상의 회장에 재선출된 박용만(왼쪽 두번째) 두산그룹회장이 2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15년도 정기의원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정용진(왼쪽) 신세계 부회장, 정몽윤(왼쪽에서 세번째부터) 현대해상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 내빈들과 담소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개회식'에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은 비단 회장단 규모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후 첫 행보로 대한상의를 찾았고, 지난 1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전국 상공의 대표 30여명의 간담회를 추진했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201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역시 대한상의가 주최했다. 같은 달 중국 경제분야 실세인 왕양 국무원 부총리가 방한했을 때 경제인들을 모아 간담회를 개최한 곳도 상의였다.

이에 비해 맏형 전경련은 적잖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국내 5대그룹 총수 가운데 전경련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고, 회장단의 참석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재계 단체’의 무게추가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재벌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전경련과 달리, 대기업 뿐 아니라 전국 중소기업의 이해를 골고루 대변하고 있는 대한상의의 정체성이 두드러지면서 재계 대표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선출 이후 첫 행보로 대한상의를 선택한 데 대해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두루 아우르는 단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승승장구’ 대한상의… 역할론 주목

그런 점에서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의 리더십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는 박용만 회장이 2013년 8월 취임하면서 거론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은 취임 이후 정부 관계자 및 정치권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등 경제단체장과 정치권과의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 2013년 11월에 열린 경제5단체와 여야 원내지도부 간담회도 박용만 회장 작품이다.

▲ 대한서울상의 회장에 재선출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2015년도 정기의원총회에 참석해 파안대소하고 있다.

특히 탁월한 친화력과 방대한 인맥네트워크로 대한상의의 경제파워를 강화한 것 역시 주목할 점이다. 이번에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영입된 대기업 오너 3명 역시 박용만 회장의 ‘인맥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것이라는 평가다. 2013년 11월 첫 여성 경제인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합류한데 이어, 작년 11월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회장단에 가세하는 등 상의를 ‘젊은 조직’으로 만든 것도 박용만 회장의 노력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두루 포함하고 있는 만큼 재계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 취임 이후 대한상의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점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박용만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되는 관례에 따라 25일 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한편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회장이 본인이 직접 나서 부회장 추가 영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래 3연임할 생각이 없어서 부회장 신규 선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서 “이제부터 부회장단 인사들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부터 전경련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2013년 34대 회장에 재추대됐고 최근 35대 회장에 다시 한 번 추대되면서 3연임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