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췌장암 투병설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밝히며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재차 부인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다시 만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은 이전과 딴판이었다. 짧은 커트 머리에서 웨이브 파마로 앞머리를 내렸고, 안경 렌즈에 어두운 색을 입혔다. 뿐만 아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 대신 짙은 녹색 계열의 재킷에 캐주얼화를 신었다. 훨씬 자유로웠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25일 밤 10시13분. 경기도 김포의 자택으로 귀가하는 윤창중 전 대변인을 <시사위크>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 성추행 파문 이후 1년9개월만의 첫 만남

윤창중 전 대변인은 기자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뒷걸음치거나 시선을 회피하진 않았다. 도리어 “오랜만이다”고 인사를 건넨 기자에게 “낯이 익다”며 악수를 건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동된 인수위원회에서 대변인과 출입 기자로 만났던 인연으로 시작된 대화의 중심은 윤 전 대변인의 건강으로 옮겨졌다. 그의 암 투병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고 있던 터라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 췌장암으로 투병 중에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인가.
“전혀 사실무근이다.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
▲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건가.
“….”
▲ 지난해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고 들었다. 완쾌 판정을 받았나.
“….”
▲ 신장암 수술에 대한 보도가 확대재생산된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만 합시다.”

▲ 윤창중 전 대변인의 경기도 김포의 자택. 그는 성추행 파문으로 종적을 감춘 뒤 1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와 만났으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 사진=소미연 기자
민감한 내용인 만큼 그의 건강에 대해선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갈 순 없었다. 지난해 3월에 발매된 신동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그해 2월4일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신장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암 발생 초기라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췌장암의 조기 진단이 쉽지 않고, 초기 발견으로 빠른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존율이 낮아 발병 이후에는 완쾌가 힘들다고 말한다. 물론 윤 전 대변인은 췌장암 투병 중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변인의 이웃들도 그의 암 투병설을 ‘낭설’로 표현했다. 윤 전 대변인의 자택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이) 부인과 가끔 산책을 나오는데, 병색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부인이 앞집과 가깝게 지냈다더라.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고, 보통은 부부가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윤 전 대변인의 앞집에 살던 이웃은 한 달 전 집을 옮겼다. 때문에 새 이웃이 된 B씨는 윤 전 대변인의 근황에 대해 알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과 같은 아파트 동수에 살고 있는 70대의 C씨는 “(윤 전 대변인은) 주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다니는 것 같더라. 이웃들과 마주치는 일이 드물고, 부인은 오가며 얼굴을 보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윤 전 대변인의 부인은 이날 쓰레기분리수거를 위해 14층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다만, 부인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이후 교편생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도중 한국문화원 여성 인턴직원에게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1년9개월이 지난 지금도 미국 검찰의 수사 중에 있다. 이와 관련, 윤 전 대변인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석한 변호사는 최근 KBS와 인터뷰를 통해 추가적 형사 절차 없이 종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공소시효는 3년이다.

‘무죄’를 주장하던 윤 전 대변인은 그해 5월11일 기자회견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후 1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자와 만났다. 그는 줄곧 ‘침묵’으로 일관하다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곤 “다신 오지 말라”고도 부탁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스포트라이트 대신 조용한 삶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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