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대세론'이 제 빛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같은 야권 출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8주간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마저 2위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박원순 대세론’이 사그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초 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권 잠룡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박원순 대세론’이란 신조어가 나온 배경도 이와 맥이 같다.

이러한 박원순 대세론은 9개월 만에 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같은 야권 출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8주간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마저 2위 자리를 양보했기 때문이다.

◇ ‘공무원 눈치보기’ 발언으로 지지층 분산?

▲ 목 축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차기 대선 지지도와 관련 2월 4주차 주간 집계 결과에서 문재인 대표는 27.0%로 1위를, 김무성 대표는 11.8%로 2위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은 두 대표의 뒤를 이어 11.6%로 3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대선 지지도 결과를 살펴본 결과,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앞서 박 시장은 28억원 상당의 공관과 인사 문제로 논란을 산 바 있다. 박 시장이 최근 이전한 가회동 공관의 전세는 국내에서 가장 비싸다는 타워팰리스 전세 값과 비등한 것으로 알려져 ‘황제 공관’이란 논란을 낳았다.

여기에 서울시 산하 위원회에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논란 역시 박 시장의 대선 지지율을 추락시켰다는 평이다. 지난 12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박 시장 선거캠프 참모 출신 다수가 배치된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 소속 위원 79명 중 50명 정도의 인사가 시 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박 시장은 국내 현황 중 민감한 사안인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대권 주자 경쟁에서 3위로 밀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2월 말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박 시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공무원들의 유일한 희망이 연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한국에 비해) 싱가포르는 공무원에게 일반기업 못지않은 대우를 해주며 부패를 종식하고 세계 최고의 도시국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박 시장 공무원연금 발언에 시민단체 ‘반발’

박 시장 입에서 언급됐듯 공무원 처우와 관련해 주로 등장하는 내용 중 하나가 ‘싱가포르 공무원’이다. 실제 싱가포르는 공무원에 대해 질 높은 대우를 해주는 국가로 평이 나 있다.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싱가포르와 국내 공무원 제도는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일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싱가포르 공무원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혀 철밥통이 아니다”며 “또 고시제도가 없다. 대졸자 가운데 성적과 면접을 통해 개별 계약을 맺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박 시장의 ‘공무원의 희망은 연금’, ‘싱가포르 공무원’ 발언은 공무원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평이다. 더불어 박 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시민단체와 여론의 반발을 낳았다.

지난 26일 시민단체인 세금바로쓰기 납세자운동은 성명을 통해 “인구 500만명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비교해 5,000만명의 대한민국 중대사를 얘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혁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납세자운동은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이 안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지금 투표권이 없는 학생 및 어린이와 태어날 아이들”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래세대를 사랑하는 척 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야권의 대선 후보자들인 (왼쪽)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찬을 갖기 위해 들어서는 모습.
따라서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공관, 인사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공무원 옹호 발언으로 대권 주자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무게를 얻고 있다.

최근 박 시장의 지지율 하락은, 대권 주자 지지도에서 27%로(박 시장과 김 대표의 지지율을 더한 것보다 높은 지지율)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부 리서치 전문가들은 박 시장으로부터 이탈한 야권 지지자들을 문 대표가 다수 흡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편 박 시장은 비서실을 축소하고, 고위 인사 일부를 교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비서실 중 정책수석실과 미디어수석실을 없앨 계획이다.

박 시장이 비서실을 개편하는 이유는 비서실의 힘이 강해지면서 실무 부서가 주요 이슈와 대형 사업에 주체적으로 나서기를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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