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회관 전경. 앞에 보이는 부분이 구의원회관이고 A구역 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일반적으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할 때 유심히 보는 사항들이 있다. 집이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우풍은 없는지, 볕은 잘 드는지, 교통이 편리한지, 전에 살던 사람은 성공해서 나갔는지 등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국회의원회관의 자리배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분양권 추첨하듯이 의원들도 추첨으로 좋은 방을 배정하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층부터 구역배치까지 철저히 정치논리가 흐른다. 기본적으로 ‘선수’와 ‘나이’가 높을수록 방 배정에서 우선권을 갖는다. ‘선수’와 ‘나이’를 초월하는 것은 ‘권력’이다. 국민적 인지도가 높고 권력과 가까울수록 좋은 방을 받는다. 물론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어쩌다 운 좋게 좋은 방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19대 국회 출범시기에 맞춰 증축과 리모델링이 끝난 의원회관은 위에서 내려다볼 때 ‘ㄷ’자 형태다. 구의원회관을 중심으로 다리가 두 개 붙어 총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은 신축된 D구역 중 한강이 보이는 방이다. 다음으로는 국회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의원회관의 바깥쪽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조망권은 중요한 요소인 모양이다. 구역뿐만 아니라 층수도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중진들은 6층 이상의 고층을 선호하고 비례대표나 초선의원들은 저층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19대 국회에서 로열층과 구역을 꼽으라면 단연 6층에 D구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마지막으로 자리했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620호에 입주했고 양옆으로 남경필 당시 의원과 진영 의원이 619호와 622호를 차지했다. ‘좌진영 우경필’ 진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 바 있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의원회관의 모습. D구역과 A구역의 바깥쪽이 볕도 잘들고 조망도 좋아 의원들 사이 인기가 높다. <사진출처=DAUM 스카이뷰>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로 나가면서 비어버린 619호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입도선매’ 했고, 박 대통령이 지냈던 620호는 비례대표인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선출직 공무원 입장에서 전에 방을 쓰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비우게 됐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일종의 징크스라고 볼 수 있는데, 대통령을 배출한 620호는 물론이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총리가 사용한 619호는 도지사와 총리를 배출한 명당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7층과 8층의 A구역도 주목받고 있다. 국회전경과 함께 양화대교까지 조망이 가능한 706호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라인인 746호에는 현 정권 실세라는 최경환 부총리가 자리했다. 8층의 A구역도 화려하다. 정몽준 전 의원이 쓰던 801호는 정병국 의원이 재빠르게 차지했고, 848호는 황우여 부총리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844호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위치했고, 846호에는 4선인 이병석 의원의 방이 있다.

한편 층수나 조망권과 관계없이 방의 호수를 중시하는 의원들도 있다. 주로 야당의 의원들에게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대표적으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그 예다. 문 대표는 325호를 쓰는데 거꾸로 하면 523이 된다.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이다. 그리고 523호는 김세연 전 통진당 의원이 사용했었는데 현재는 공실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6.15 공동선언을 중시하는 의미에서 박지원 의원도 615호를 고집한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전해진다. 6층만은 다른 층과 다르게 614호와 615호의 위치가 바뀌어있는데, 615호의 호수와 614호의 조망권을 포기하지 못한 박 의원이 614호에 입주하면서 호수를 615호로 바꾼 것. 의미도 조망권도 뺏긴 614호는 새정치연합 최동익 비례대표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 밖에 노회찬 전 의원의 방을 물려받은 안철수 의원이 518호를 사용하고 있고, 최근 정무특보에 임명된 김재원 의원이 419호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호수를 의식해 방을 배정 받았는지, 아니면 우연하게 이렇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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