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부총리가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임금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최저임금인상이 가시권이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인상이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기조와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로 정해놓은 임금의 하한선이다.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인상에 부정적이다. 반면 형평성과 소득분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진보 측은 더 많은 인상을 요구한다.

◇ 전세대란·증세논란에 막판까지 몰린 2기 경제팀

그간의 정책을 살펴보면 최 부총리는 보수적 입장에 가까웠다. 가처분소득증대 방안에 있어서 부동산 시장 부양과 증시 상승을 노렸고, 법인세 증세 부분도 “최후의 수단”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 지난달 26일까지도 최 부총리는 “물가상승률은 1.3%에 불과하지만 (최저임금을) 7%나 올렸고, 3.8%라는 높은 공공부문 임금인상률을 유도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런데 지난 4일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에서 최 부총리는 “적정수준의 임금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최저임금인상을 예고했다. 9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7% 이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유지되거나 더 높아져야 한다”며 최 부총리의 ‘최저임금인상론’에 힘을 실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저임금인상은) 비용이라기보다 투자라고 보는 것이 옳다”며 한팔 거들었다.

야당이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갑작스런 ‘좌클릭’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2기 경제팀이 사실상 막판에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경기부양의 막중한 책임을 안고 투입된 최 부총리와 2기 경제팀은 부동산 부양정책과 대규모 확장정책을 가동했지만 정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전세대란과 연말정산·담뱃값 인상에서 촉발된 증세논란 등 후폭풍만 거셌다. ‘최저임금카드’를 꺼낼 정도로 막판까지 몰린 것이 아니냐는 것.

이 같은 분석은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도 느껴진다. 최 부총리는 “저물가 상황이 오래 지속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까지 언급했다. 앞서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던 것에 비해 비관적인 입장을 처음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서민증세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며, 새정치연합이 경제정당으로 발돋움 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문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중도층의 지지율까지 흡수하고 있다.
◇ 최경환의 갑작스러운 좌클릭 ‘왜’

정치역학적인 점에서 문재인 대표를 견제한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다양한 정치현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야권이지만, 최저임금인상만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야권의 여론을 결집시켜 문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을 찍은 경제정당론을 표방했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하락을 그대로 흡수하며 문 대표는 30% 가까운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렸다. 대항마가 없는 새누리당으로서는 중도층까지 빼앗길 위기인 것이 사실이다.

문 대표가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여야정 회동 제안을 유 원내대표가 거절한 것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10일 오전 문 대표는 “여야와 정부가 최저임금을 어떤 속도로 높여나갈 것인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으나 같은 날 유 원내대표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에 여권의 관계자들은 손을 내저었다. 박근혜 정부는 꾸준히 7%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왔고, 소득주도성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항변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최저임금인상을 발표하고, 일본도 최저임금인상을 통해 경기부양을 노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꾸준히 7%씩 최저임금을 인상해왔고,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봐야지 야권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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