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쌍용자동차의 신차 ‘티볼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시 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티볼리는 지난 1월 출시 이후 인상 깊은 판매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티볼리가 ‘잘 나가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문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굴뚝 위로 올라간 해고노동자와 티볼리.
◇ 쌍용차 홀로 이끄는 티볼리

티볼리는 출시 첫 달인 지난 1월 2,312대가 팔렸다. 이어 지난 2월에는 2,898대가 팔리며 2월 판매량 10위에 올랐다. 소형SUV 부문에선 단연 1위, SUV 중에서도 3위에 해당하는 판매 기록이다.

뿐만 아니다. 티볼리의 누적 계약대수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만대를 넘어섰다.

쌍용차 내부로 눈을 돌리면 티볼리의 활약이 더욱 눈부시다. 뉴 코란도C, 렉스턴, 코란도 투리스모, 체어맨 등의 판매량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티볼리는 쌍용차 전체 내수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티볼리의 판매 호조는 ‘영업맨’ 신규 채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9일 영업사원 신규채용을 발표했다. 티볼리로 일손이 바빠진 대리점들의 인력 충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이번 영업사원 채용 규모는 300여명이다. 쌍용차가 수백 명 규모의 영업사원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 경영 악화로 파업 사태를 겪었던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쌍용차 입장에서 티볼리가 더욱 기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에 채용되는 신입 영업사원은 정식 쌍용차 직원은 아니다. 쌍용차에서 일정 교육을 받은 뒤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전국 180여개 대리점에 배치돼 영업업무를 보게 된다. 쌍용차는 판매수수료와 인센티브 외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 올라간 김정우, 이창근 씨.
◇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티볼리의 판매 호조가 영업사원 대거 채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레 시선은 평택공장 ‘굴뚝’ 위로 옮겨진다.

김정욱·이창근 등 해고노동자 2명이 쌍용차 평택공장에 위치한 70m 굴뚝 위로 올라간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어느덧 석 달이 다되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꽃샘추위를 맞고 있다.

굴뚝 위의 두 사람을 비롯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쌍용차는 극심한 노사갈등에 휩싸였다. 평택공장은 전쟁터나 다름없었고, 경찰이 투입된 뒤에야 가까스로 사태가 진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 과정에서 자살 등으로 숨진 노동자가 6명에 달할 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이후 쌍용차 해고 사태는 복직을 둘러싼 싸움으로 이어졌다. 해고노동자들은 쌍용차의 법정관리 및 구조조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반면 쌍용차는 경영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길고 긴 법정다툼이 이어졌다. 1심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고, 2심에서는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심 판결을 깨고 쌍용차의 손을 들어줬다.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사실상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법적으로 보장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상황이다.

햇수로 7년이 흐르는 동안 쌍용차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묵은 숙제로 자리 잡았다. 해고는 물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폭탄’ 등 전형적인 노사갈등의 양상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살과 질병 등의 이유로 숨진 해고노동자 및 가족이 무려 26명에 달했다.

이처럼 ‘씁쓸한 과거’는 티볼리가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응원한 많은 사람들이 ‘김정욱·이창근이 만든 티볼리를 타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엔 이효리 등 유명인들까지 가세했고,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자 한국을 방문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해고노동자에 대해 언급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회장이다.

▲ 마힌드라 회장.
그는 우선 “우리에겐 5,000여명의 현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과 딜러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복직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티볼리가 잘 팔려서 흑자로 돌아서고, 생산이 늘어난다면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할 것”이라며 “티볼리와 같은 차를 많이 내놓아야 한다. 해고자 복직을 위해서는 이윤 창줄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마힌드라 회장의 말은 여전히 회사 경영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여론은 “티볼리가 잘 팔리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는 말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티볼리를 향한 관심은 꾸준히 뜨거웠고,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자칫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작 해고자 복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직은 언제?” vs “오해야 오해”

실제로 티볼리의 판매 호조 소식과 영업사원 신규 채용 계획 등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티볼리 효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고요? 이건 아니잖아요? 해고자 복직이 우선 아닌가요? 정말 해도 너무 하잖아요? 쌍용차 측에 묻고 싶어요. 복직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너무 슬퍼지네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다소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모집하는 것은 쌍용차 직원이 아닌 딜러다. 채용이 아닌 모집의 개념으로 보는 게 맞다. 쌍용차와 근로계약을 맺는 것도 아니고, 임금이 지불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를 해고노동자 복직과 연결 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티볼리가 잘 팔리고 있긴 하지만 쌍용차 전체 판매량은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아직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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