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폭넓고 거침없다. 이번주에만 ‘당-정-청’을 연이어 만나며 분주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단지 경제단체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법인세율 및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민감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재계에서 박용만 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재계 유일의 대(對) 정부 소통창구

재계에서는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에 입을 모은다. 실제 박용만 회장이 2013년 8월 대한상의 수장으로 온 후 상의의 위상은 물론,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다.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용만 회장의 역량으로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이번주에만 ‘당-정-청’을 모두 만나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16일 여당 의원들과 정책간담회에 이어 17일엔 국세청장과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앞서 13일에는 최경환 부총리와도 현안을 논의했다.

박용만 회장의 광폭행보에 재계는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 및 법인세율인상이라는 최대 현안을 마주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한 박용만 회장의 입장은 ‘공생(共生)’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하고 재계는 재계 나름대로 고통분담에 나서 ‘공생’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자는 것. 정부의 ‘경제활성화’ 실현은 물론 기업의 애로사항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즉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탠스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기업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전경련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박용만 회장은 18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기존의 뜻을 재확인 했다. 그는 “현재를 우리 경제의 앞날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리 상공인들도 ‘다 걸기’를 한다는 자세로 혁신과 성장에 힘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감과 소통’ 주목받은 박용만 리더십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당시부터 ‘상의가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하는 단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부와 협조해 일하는 게 설립취지라는 뜻을 분명하고 있고, 또 그 철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도 박용만 회장은 “정부가 경제계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국민경제의 발전보다 회원기업의 이익만 쫓는 경제단체들의 책임도 크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 (사진 좌측위로부터 시계방향)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카타르 비즈니스포럼'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는 모습. ▲13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경제장관-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대한상의 정책간담회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좌) 대표, 박용만(우) 대한상의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임환수 국세청장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임환수 국세청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한 전국상의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계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박용만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재계와 정부의 관계 설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집단 대응에 나서려던 재계 단체들은 박용만 회장의 ‘신중론’에 결국 입장을 보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우려한다는 뜻을 확인하며 공동발표를 계획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들 단체가 공동성명을 내지 않는 것으로 선회한 것은 대한상의가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풀이다. 상의의 불참 결정에는 박용만 회장의 평소 소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도 박용만 회장의 스킨십 행보에 공세를 한층 누그러뜨린 분위기다.  박용만 회장은 최경환 부총리를 시작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임환수 국세청장과 연속으로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기업의 의견을 전달하는가 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내놓고 있다.

최근 재계는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들과 마주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올해를 경제살리기 ‘골든타임의 해’로 보고 재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향한 매서운 사정 칼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재계의 목소리를 내는 경제단체 수장의 리더십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역할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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