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올해는 패션을 넘어 식음료, 유통업까지 사업 영역을 더 넓혀 나갈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도 ‘샤트렌’ 등을 진출시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샤트렌 런칭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꺼낸 말이다. 지난 3년간 다수의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확장 작업을 해온 최 회장이 올해에도 공격경영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것.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토종 제화브랜드 ‘에스콰이어’ 인수에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형지의 ‘공격경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지만, 또 다른 편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무리한 외형확장의 덫’에 빠져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어서다. 

◇‘외형확장’으로 종합 패션그룹 발돋음

‘동대문의 신화’로 불리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은 1982년 동대문 광장시장의 한 평 남짓한 점포로 사업을 시작해 32년 만에 형지를 매출 1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비버리힐스 폴로클럽’ 여성복 라이선스를 따와 대박을 친 것을 시작으로, 중장년 여성 캐주얼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론칭에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브랜드를 연달아 내놓으며 여성패션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던 최 회장이 M&A를 통한 ‘외형성장’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2012년 남성 와이셔츠브랜드 ‘예작’ 등을 보유한 남성복 우성I&C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아웃도어, 골프웨어, 교복 시장에까지 손을 뻗었다. 2013년 여성복 브랜드 캐리스노트,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 베트남 의류제조업체 C&A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엔  골프의류 까스텔바작과 아웃도어 와일드로즈의 상표권을 따냈다. 아울러 쇼핑몰 바우하우스를 인수하며 유통업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현재는 토종 구두 브랜드 ‘에스콰이아’ 운영업체인 EFC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형지는 인수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외형 확장에 힘써온 결과, 형지는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고 종합패션그룹으로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형지의 ‘고속 외형 확장’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무리한 M&A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형지는 지난 2013년부터 M&A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2009년 116억원에 불과했던 순차입금이 2013년 2,199억원으로 19배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지난 2012년 말 158.02%에서 2013년에는 302.72%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고속 외형확장의 부작용 ‘재무구조 악화’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지는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섰다. 쇼핑몰 바우하우스을 매각하고 의류재고 처리에 나서는 한편,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를 정리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300%를 웃돌던 부채비율도 198%(추정치)로 낮아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올해 최 회장이 ‘에스콰이아’ 운영사 EFC 인수 추진과 함께 사업 확장을 예고함에 따라 재무구조에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에스콰이아를 인수하면 인수금액과 합쳐 최소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FC는 에스콰이아 등의 브랜드를 갖춘 중견 제화 업체다. 금강제화, 엘칸토와 함께 3대 제화업체로 부상했으나 최근 수년간 매출 감소로 자금난을 겪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
아울러 형지가 인수한 브랜드들이 ‘효자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도 의문이 피어오르고 있다.

형지가 지난 2013년에 인수한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은 최근 49억9,999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최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형지리테일이 참여키로 했다. 에리트베이직은 측은 이번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신규 사업 운영자금 마련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익성 악화’ 따른 자금 지원 차원에서 형지리테일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고 있다. 

에리트베이직은 최근 3년 새 수익성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연결 재무제표(2013년 7월~2014년 6월) 기준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 916억원, 49억원,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7.8%, 15.5%, 22.6%씩 각각 감소했다. 

패션업계는 내수경기 침체로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는 형지의 도전 정신은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무리한 외형 확장을 하다 덫에 빠지는 기업들의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형지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형지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열심히 해서 부채비율 낮췄다"며 "M&A 경우, 기반이 되는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재무상황은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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