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재직 '장수 사외이사' 한승헌 천진환 후보 재선임 주총 상정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독립성 훼손 이유로 재선임안 반대 권고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LS그룹 계열사인 LPG업체 E1(회장 구자용)이 오는 27일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 2명의 재선임을 추진하는 가운데, 두 후보의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이 10년 이상 회사의 사외이사 자리를 지켜온 이른바 ‘장수 사외이사’로, ‘경영 견제’와 ‘독립성’ 면에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더욱이 E1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성향 정책을 이어가면서 이들의 ‘역할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장기 연임' 사외이사, 독립성 지킬 수 있을까  

LPG 전문업체인 E1은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한승헌ㆍ천진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

그런데 최근 주총의안 분석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이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장기 연임’으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 한승헌 사외이사 후보.
우선 한승헌 후보는 검사와 변호사를 거치면서 50년 넘게 법조계에 몸담았던 인사로, 감사원장과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를 거쳐 현재 가천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1의 사외이사로 합류한 것은 2001년이다. 이후 여러 차례 연임을 거치면서 14년째 E1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번에 재임이 확정되면, 16년을 재직하게 한다.

또, 천진환 후보는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대표이사 사장, LG그룹 중국지역 본부장을 역임한 인사로, 지난 2003년 3월부터 E1의 사외이사를 맡아 12년을 활동했다. 이번에 재임하면 14년을 재임하게 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내부지침에 따르면 해당 회사 및 계열회사를 합해 9년 이상 연임하거나, 회사의 임원이었던 자는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으므로 재선임을 반대한다”며 “두 사외이사 후보 모두 장기 연임으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중요한 자리다. 때문에 ‘객관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통상 재직기간이 10년이 넘는 장수 사외이사들은 이런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랫동안 한 기업에 머무르면 회사와의 유착관계가 심해져 오너의 경영권 행사를 제어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이런 장수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하며 오너일가의 우호세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E1의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다. E1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5.33%에 달한다. LS그룹 구자열 회장은 지분 17.66%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구자용 E1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등도 11%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수 사외이사들’의 재선임 문제는 주총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관투자자계의 큰손’인 국민연금공단는 사외이사의 ‘10년 이상 재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시선에 대해 E1 측은 “이런 부정적인 지적들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도 인지를 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 분들을 선임하는 데는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며 “그동안 경영 견제 역할을 충분히 해왔고, 비정상적인 투자나 불합리한 사업이 진행한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 E1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 기조 도마위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두 사외이사 후보의 ‘역할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특히 이번에 E1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정책 확대 기조를 이어가면서 이런저런 뒷말이 일고 있다.

▲ 구자용 E1 회장
E1은 지난달 12일 개최된 이사회를 통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2.7%의 시가배당률로 총 배당금은 115억6,350만2,000원에 달한다.

E1는 지난 2년간 저조한 실적 상황 속에도 배당을 확대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2013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63% 급감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14년 매출과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대비 각각 7.7%, 25.9% 쪼그라들었지만, 이번에도 같은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너일가 배불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E1 관계자는 “어려울수록 주주들에게 배당을 통해 회사를 긍정적으로 인식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배당 성향을 결정했다”며 “오너일가에게 이익을 더 많이 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배당 안건은 27일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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