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잇단 말바꾸기·항공사 운영경험 전무 ‘자격론’ 솔솔

▲ 사진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2대 광주상의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우리의 현금 동원력은 충분하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현재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상태다. 최대 관건이 될 자금동원력도 크게 문제될 것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마냥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 비상장 중견건설사, 거대 항공사 운영능력 있을까

현재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곳은 모두 5곳. 호반건설을 비롯해 IMM PE, MBK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IBK투자은행-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 등이다. 지난달 9일부터 실사가 시작됐는데, 호반건설과 IMM PE 정도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산업 매각 열기가 예상과 달리 시들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의 ‘완주’ 여부가 이번 인수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단 호반건설은 인수전 최대 관건인 ‘자금동원력’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지난해 호반건설(그룹)의 자금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2013년 대비 매출이나 자산규모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알려진다는 점에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동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25일 서울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의 현금 동원력은 충분하다. 자기자본만 2조원이 넘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서는 금호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최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상열 회장까지 직접 나서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데다, ‘체력’도 비교적 충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호반건설의 ‘완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력 대비 ‘실력(능력)’이 어느 정도냐를 두고는 여전히 의문의 시각이 많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금호산업은 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분 30.08%)다. 이번 인수전에서 금호산업을 가져가는 곳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시아나항공은 2대 국적 항공사 중 하나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항공사 경영은 일반 기업체 경영과는 성격이 다르다. 항공운송사업 면허조건으로 ‘자본력’을 따질 정도로 재무구조를 중요시 여긴다. 한 대에 수천억원이 넘는 항공기 매입 등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A380 한 대의 공식가격은 4,000억원 수준이다. 또 항공업의 경우,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변수에 매우 취약하다. 국제유가에 따라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등 매출이 큰 폭으로 움직인다.

◇ ‘체력’은 좋지만 ‘능력’은 의문

▲ 업계 등에서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을 두고, 자금력 등 체력은 양호하지만 향후 경영 능력에 대해선 의문부호의 평가를 보내고 있다.
호반건설의 ‘자격론’이 불거지는 것은 이 대목이다. 그동안 주택사업에만 집중해오던 회사가 국적 항공사까지 포함한 큰 거대기업을 운영할 정도의 능력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다. 자산규모 2조(2013년 기준) 정도의 비상장 중견건설사가 이를 운영할 능력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만큼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최근 ‘인수자격’에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호반건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금호산업 매각준칙에는 재무적 투자자보다 회사를 인수해 키울 의사와 능력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더 우대하게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을 비롯해 금호산업 인수 후보들은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할 여력이 있는지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기 전, 호반건설이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단순투자’라며 금호산업 지분을 6% 이상 사들인 뒤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 그리고 2월 곧바로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오로지 투자목적,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없다”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이로 인해 호반건설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상당부분 생채기가 생겼다. 현재로선 호반건설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으면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또 만약 금호산업을 거머쥔다 하더라도 향후가 두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이유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M&A’ 특성상, 대외적으로 일일이 공개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회사 측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부분이 한계적”이라면서 “항간에 떠돌고 있는 ‘단독입찰 여부’나 ‘자금문제’에 대해선 명확히 결정된 바 없다. M&A라는 것이 중간에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호반건설이 이번 인수전에서 ‘유리하다’ ‘불리하다’는 판단은 너무 이른 것 같다. 호반건설은 실사에서 부실규모를 보고 인수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9일부터 5주 일정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4월 중·하순경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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