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9 10:43
[조문외교의 정치학] 리콴유 장례식에서 만난 박근혜와 아베 ‘주목’
[조문외교의 정치학] 리콴유 장례식에서 만난 박근혜와 아베 ‘주목’
  • 정계성 기자
  • 승인 2015.03.30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여해 조문외교를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이야기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해 아시아 각국의 지도자들과 만나 조문외교를 펼쳤다. 이 가운데 역사인식 문제로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의 조우에 이목이 쏠렸다.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오후 1시 장례식장에 미리 참석해 다른 국가의 정상들과 환담을 가졌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과 인사를 나눈 박 대통령은 리콴유 전 총리의 조문록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의 이름은 세계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 아시아 최대 조문외교장 된 리콴유 전 총리 장례식

장례식 이후 리셉션 행사에서도 조문외교는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한중 FTA와 관련, 긴밀한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미국 측 조문인사들과도 회동을 갖고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이었다. 최근 아베 총리는 “위안부는 인신매매의 희생자”라며 일본의 국가적 잘못을 부인하는 입장을 취했고,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일본의 개발원조가 한국 경제성장의 토대”라며 한국을 자극했다. 최근 한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듯이 장례식장에서도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착석하는 등 거리를 뒀다.

다만 리셉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만나 3국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을 찾아와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감사드리고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외교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잘 취해나가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장관 회의 당시 중국이 일본의 역사인식을 지적했고 한국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아베의 역사인식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한·중·일 장관회담] 아베의 역사인식이 동북아 평화의 걸림돌>

▲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장례식 후 리셉션 행사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중)과 인사하는 아베 총리(우). 사진=AP/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만남, 한일관계 돌파구 될까…

사실 각국 정상들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다. 국내외적 입장이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까지는 실무진들의 수많은 사전조율이 이뤄진다. 정상회담은 모든 사전조율이 끝나고 성과를 국내외적으로 선포하는 자리인 셈이다. 때문에 중간 과정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경우 정상회담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런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상들이 만나 현안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문외교는 막힌 외교정국을 푸는 돌파구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추모식 행사다. 지난 2013년 12월 추모식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의장은 헌사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짧은 시간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두 정상의 악수는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른바 ‘넬슨만델라의 마지막 선물’ 사건이다.

이에 다시 아베 총리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정상회담까지 최대 걸림돌은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문제로 귀결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3국 장관회담을 높게 평가하고 박 대통령이 합의한 대로 나가자고 답한 만큼, 바톤은 아베 총리에게 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가 만약 전향된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내달 말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역사상 일본의 총리가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