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 “재벌 3·4세 11명 경영 능력 ‘모두 낙제점’”

▲ (사진 좌→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조현준 효성 사장,조원태 한진그룹 부사장.박정원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 3·4세들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부의 이전 정당성 부문에서 ‘최하위’로 평가돼 주목된다.

◇ 경영능력 평균 35.79점(100점만점)… 낙제점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30일 ‘재벌 총수 일가 경영권 세습과 전문가 인식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재벌 3·4세 경영능력 평가 설문조사를 정리하고 그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한 취지로, 대학교수를 비롯해 민간연구소·증권시장 전문가 등 50명에게 국내 재벌 3·4세의 소유권 승계 과정·경영능력·도덕성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분석과 평가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 이우현 OCI 사장,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11명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임원 경력이 5년 이상인 그룹 총수의 자제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이들에 대한 경영능력 평가는 ‘낙제점’을 기록했다. 100점 만점에 평균 35.79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그나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각각 1-2-3위를 기록하면서 평균 이상의 득점을 차지, 경영능력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45.9점, 43.4점, 41.6점을 얻었다. 반면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은 18.6점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경영능력면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총수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바람직하지 않다(56.0%)는 의견이 바람직하다(14.0%)는 의견을 월등히 앞섰다.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가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58.0%)는 의견은 그렇지 않다(6.0%)에 비해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런 승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경영능력 부재’(36.7%)와 ‘불법·편법적인 부의 상속’(30.8%)이 꼽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SDS 상장 차익…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한 부 이전’ 최하점

특히 소유권 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정 및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을 평가한 결과, 평균 2.74점(10점 만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점 만점에 1.60점을 기록해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 전환사채 헐값발행으로 수조원의 상장차익을 얻으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44점으로 최고점을 얻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 측은 “해당 보고서가 주는 시사점은 전문가들이 세습경영자들에 대해 우려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우의 기업과 한국경제의 미래와 연관되는 것으로, 재벌그룹과 총수일가 등 관계자들은 이러한 경고의 메시를 단순히 ‘반기업정서’ 또는 ‘반시장논리’로 치부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스스로가 실정법을 준수하는 등 반기업정서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측은 그러면서 ‘경영권세습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정법 내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진행될 때 재벌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평가는 최소화될 수 있고, 이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경영권 승계 이후 실질적으로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소 측은 “전문가들이 세습경영자들에 대해 직관적으로 갖고 있는 느낌에 관한 조사에서는 △검증미흡 △미래 판단유보 △성과미흡 △현상유지 △능력부족 △부도덕 △자질부족 △비전부재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서 “각 그룹은 합리적인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후계자 선정은 혈연 중심이 아니라 그룹 또는 회사 내외의 모든 인적자원을 그 대상으로 하여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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