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등 부동산 거래에 있어 계약금과 해약금.
[시사위크] 아파트와 같이 거주목적으로 금액이 큰 매매계약을 했는데, 매도인이나 매수인의 중도 계약해지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가격등락이 심했던 시기에는 계약금의 두 배를 ‘쿨(?)하게’ 배상하면서 계약해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약금 두 배를 배상한다고 모든 계약이 취소가 되는 걸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A씨는 지난 2009년 5월 5일 B씨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은 3,000만원으로 계약당일 지급했고, 중도금 7,000만원은 5월 31일에 주기로 약정했습니다. 잔금 2억은 입주날인 6월 30일 최종 지급으로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중도금 지급일을 일주일 앞둔 5월 25일 B씨가 계약금의 두 배인 6,000만원을 공탁하고 돌연 계약을 취소한 사건입니다. 문제는 A씨가 중도금 납부를 위해 5월 20일에 중도금 일부를 일방적으로 B씨에게 송금했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당사자간에 별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상대방은 계약금의 두 배를 상환함으로써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법 565조 1항의 규정에 따라 ‘계약금은 해약금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오래 전 확립된 판례입니다. 판례의 태도에 따라 사안에서 B가 중도금 지급일 전에 6,000만원을 공탁하고 계약을 해제한 것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565조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에 착수(중도금 지급)하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안에서는 B씨가 계약해제를 통고하기 전에 A씨가 일방적으로 송금한 중도금 일부가 ‘이행의 착수’로 볼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 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하기 위해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라고 명시하면서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를 정리하자면, 당사자간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중도금 지급시기 전, 매수인의 일부 지급 행위도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안에서 A씨는 비록 일방적이었지만 법률상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민법 565조 단서에 따라 B씨의 계약해제 통고는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특약’의 중요성입니다. 민법은 일부 규정을 제외하고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간의 약속이 우선시 됩니다. 아파트 매매와 같이 장기의 고액 거래의 경우에는 이 같은 특약사항을 꼼꼼히 따져보고 합의해야 불의의 손실이나 곤란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강길 변호사의 법률상식. 강길 변호사 프로필.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