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회사 벽산LTC엔터프라이즈, 내부거래율 96%까지 치솟아

▲ 김성식 벽산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종합 건축자재업체 벽산을 이끌고 있는 3세 경영인 김성식 사장이 뛰어난 경영 성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작 도덕성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과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958년 한국슬레이트공업을 모태로 설립된 벽산은 한때 18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30대 재벌그룹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계열사가 대폭 축소됐다. 현재는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벽산LTC엔터프라이즈 등을 계열사로 두고 건축자재업와 페인트, 주방기기 등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다.

◇ 벽산LTC, 그룹 일감 지원으로 고속성장

2세 경영인 김희철 명예회장은 지난해 퇴직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고, 3세인 김성식 사장이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벽산은 단열재의 수요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좋은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엔 전년대비 54.4% 증가한 31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덕분에 김성식 사장은 성과급이 2억원 이상 오르면서 지난해 10억 원대의 연봉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경영 성과에도 업계에선 김 사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자회사 벽산LTC엔터프라이즈(이하 벽산LTC)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0년 4월 설립된 벽산LTC는 건축자재, 철물 및 난방장치 도매업을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를 보면, 김성식 벽산 사장과 김찬식 벽산 부사장이 지분 20%씩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김성식 사장의 자녀들인 김주리, 김태인, 김태현 씨가 20%씩을 나눠 갖고 있다.

벽산LTC는 설립 이래, 그룹의 매출에 의존해오며 ‘일감몰아주기’ 구설수를 사왔다. 실제로 벽산LTC의 벽산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보면, 2011년 77.5%에서 2012년 83.9%, 2013년 94.2%로 매년 상승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의 경우엔 매출 344억1,814만원 중 96.2%에 해당하는 331억1,982만원을 벽산과 하츠, 벽산페인트 등 벽산 계열사를 통해 거뒀다. 세부적으로 보면 벽산이 221억원, 하츠 75억원, 벽산페인트 34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런 높은 내부거래 탓에 오너일가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벽산이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져왔다.

특히 김 사장의 자녀들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편법적인 경영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간 많은 재벌가들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2세 회사의 덩치를 키워 가치를 높이고, ‘실탄’을 마련해 승계 작업을 완료하는 꼼수 행태를 보여 왔다. 이를 막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과세 정책이 도입됐으나, 중견기업들의 경우엔 규제에서 벗어나기가 자유로워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보다 쉽게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이런 시선에 대해 벽산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입장을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