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창업주 2세 회사에 조명·설계 일감 지원 뒷말 솔솔

▲ 허창수 GS그룹 회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혈육 간에도 총성 없는 전쟁이 빈번히 벌어지는 재계에서 GS그룹은 ‘형제경영’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한 뒤엔, 3세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그의 형제나 사촌들이 주력 계열사들을 이끌면서 별다른 분쟁 없이 ‘공동경영체제’를 잘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사이가 너무 돈독했던 것이 탈이 됐을까. GS그룹은 유난히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구설수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최근엔 주력계열사인 GS건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삼촌인 허승효 회장이 이끄는 회사인 ‘알토’와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에 GS건설이 막대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6남인 허승효 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삼촌이다. 그는 일찍이 홀로서기에 나서 현재 알토와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알텍테크놀로지 등의 소규모 기업을 이끌고 있다. 알토는 조명기구 설치 및 설계 조명 관련 전기사업을,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건축 설계와 감리 및 엔지니어링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알텍테크놀로지는 고급 조명기구 등을 알토에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로 알려졌다. 

지분구조를 보면, 알토와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허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알토는 허승효 회장 36.03%, 허 회장의 장남 허영수 사장 15%, 차남 허윤수 씨 18.8%, 손자인 허지홍 10.2% 등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허 회장 63%, 알토 35%를 소유 중이다. 두 회사는 매년 400~600억원대 매출을 꾸준히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알려졌다. 

◇GS, 알토ㆍ창조종합건축사무소 긴밀한 거래관계 도마위 

그런데 이 회사들의 성장 이면에 GS그룹의 전폭적인 일감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면서 심심찮게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매출 상당 부분을 GS건설에 의존하고 있는 정황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구설을 사고 있다.

우선 1976년 설립된 알토의 경우, 과거부터 GS와 범LG가 기업 관련 조명사업을 담담하면서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 대표적인 사업으론 ▲LG트윈타워 ▲GS홈쇼핑 본사 ▲LF 충무로 매장 ▲LG화학 ▲알펜시아 리조트 등이 있다. 사업성격상 GS건설과의 거래 관계는 더욱 많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선 GS건설이 시공하는 건물의 조명사업을 알토가 거의 담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연평균 약 40% 가량의 매출을 GS건설과의 거래로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은 GS건설 시공의 파르나스 타워(가운데)와 알토의 조명상품.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4년 6월 설립된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건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설계업체로 유명하다. 다른 대형 설계사무소에 비해 역사가 짧음에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사업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실적포트폴리오를 보면, LG, GS, LS 등 범 LG 계열사들의 빌딩, 공장, 물류센터, 연구개발(R&D)센터, 리조트 등의 설계용역을 수주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005년부터 연도별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GS칼텍스 청평 연구소, 승산공원 ▲2007년 인천 청라 자이아파트, 아제르바이잔 파크플라자 ▲2008년 캄보디아 프놈펜 IFC, 양주 LIG건영 아파트 ▲2009년 GS칼텍스 여수문화예술공원 ▲2010년 LG Siltron 1공장 쏠라공장, LG디스플레이 중국 FAB Project ▲2011년 GS홈쇼핑 제2사옥 등을 설계했다.

끊이지 않는 ‘일감몰아주기’ 구설수

2012년에는 GS그룹 및 범 LG家 기업으로부터 수주한 설계 물량이 무려 20건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LG디스플레이 파주R&D동, 그랑서울타워, GS칼텍스 여수엑스포 기업관, GS칼텍스 여수공장,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센터, GS리테일 중부물류센터 등이 있다.

2013년 아워홈 용인연수원, LG전자 이집트 복합단지, LG전자 베트남 복합단지와 2014년 LG디스플레이 파주러닝센터, LG화학 대전연구소 사택, LG전자 창원1공장 R&D 등의 설계 또한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탄탄한 거래 관계 덕분에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 5년간의 매출액만 보더라도 2009년 359억원, 2010년 424억원, 2011년 506억원, 2012년 390억원, 2013년 462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회사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 회사들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이면서 허승효 회장은 주머니도 든든히 챙겼다.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총 262억원의 배당금을 풀었다. 2011년에도 15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허 회장이 이 기간 벌어들인 배당수익만 해도 21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알토는 2008년 허 회장으로부터 창조건축의 지분 15%(7만7000주)를 사들인 적도 있다. 당시 주당 인수가격이 액면가(5000원)의 15배(7만6000원)나 됐다. 인수금액은 총 57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로 총수일가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 아니냐는 곱지 않는 시선이 제기됐다. 특히 매출 의존도가 높다고 알려진 GS건설은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화살은 허창수 회장에게도 향했다. 허창수 회장은 GS건설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는 총수다. 그는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감몰아주기’ 축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의 조사에 따르면 GS그룹은 18곳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한편 이런 시선에 대해 GS건설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협력사이기는 하나, 잘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만을 짧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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