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마트폰 '채팅' 어플이 10대 성매매 알선으로 악용되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시사위크=강해경 기자] 지난 3월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모텔에서 한 30대 남성이 조건 만남으로 만난 14세 소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관악경찰서는 피해자인 10대 소녀와 30대 성매수남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어플 마켓에 ‘채팅’을 검색하면 수많은 어플이 뜬다. 대부분 무료이며 위치에 따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추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입도 간단하다. 특별히 이메일이나 휴대폰 인증절차가 없다.

◇ 10대 성매매 창구, 스마트폰 ‘채팅’ 어플

▲ 기자가 직접 가입한 '채팅'어플. 가입 하자마자 원색적인 말이 쏟아졌다.
실제 9일 기자가 직접 ‘채팅’ 어플에 가입한 뒤 ‘여자’라고 밝히자 곧바로 성관계나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대화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운로드 수가 500만이 넘는 이 어플은 특히 채팅방을 만들지 않고도 열자마자 대화창으로 연결되더니 바로 조건만남 이야기로 이어졌다. ‘10대’라고 밝혀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나이를 10대라고 하자마자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9월 30일 ‘2013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분석한 ‘성매매 조장 앱’은 182개였다. 이 중 조건만남 유형의 앱이 172개(94.4%)로 가장 많았다.

더 문제인 것은 10대 성매매 알선이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데도 이를 막을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채팅’ 어플을 ‘청소년 유해 어플’으로 봐야하는 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2년부터 매해 청소년 유해 어플을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성행위 묘사 등 선정적인 정보나 청소년유해업소 정보를 담고 있는 어플이다. ‘채팅’ 어플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10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대표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냈다. 이 법률안에는 ‘채팅’ 어플에 대한 ▲본인 인증 절차 마련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신고·조치 의무 부과 ▲아동·청소년 성매매 행위 또는 그 행위 내용 삭제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나친 규제라는 이유로 폐기됐다. 비슷한 법안도 작년 9월에 발의 됐지만, 이 역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며 실효성 여부가 없다고 판단해 통과하지 못했다.

작년 8월 경찰청도 보도자료를 통해 성매매 알선 등 채팅 어플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익명과 간단한 가입 절차로 이뤄지는 채팅 어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단속하는지는 모호하다.

날로 진화하는 10대 성매매 수법. 그러나 우리는 정작 ‘과도한 규제’,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이유로 보호해야 할 청소년들을 ‘범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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