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평소 어머니를 존경하고, 형제들에게 각별히 마음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위크|충남 서산·태안=소미연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겐 고향 친구조차 없었다. 지독한 가난 탓이다. 사형제 중 장남인 성 전 회장은 한량과 다름없던 아버지 대신 생활전선에 일찍이 뛰어들었다. 그를 기억하는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고향 사람들은 “(성 전 회장이) 먹고 사는 데 열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일하느라 친구들은커녕 가깝게 지낸 지인도 없다는 것. 정규학력이 초등학교 5학년이 전부인 성 전 회장에겐 가족이 전부였다.

◇ 동생들 대학 뒷바라지로 초교 5학년 중퇴의 서러움 해소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성 전 회장의 추억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14살의 나이에 가출을 감행했던 것도 바로 아버지의 학대 때문이었다. 학대의 배경엔 새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는 새어머니에게 구박받는 어린 아들 대신 후처를 감쌌다. 결국 성 전 회장의 어머니는 쫓겨났고, 이후 성 전 회장도 매질에 못 이겨 집을 나왔다. 아버지도 버린 그를 오매불망 찾은 것은 집에 남은 동생들이었다. 남의 집 헛간을 전전하는 형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 동생들은 식사 때마다 몰래 밥을 남겼다.

▲ 성완종 전 회장은 ‘어머니 곁에 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 고인의 부모 합장묘 옆에 안장됐다. 장례절차가 끝나자 민병구 충청포럼 대표 등 측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하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때문일까. 성 전 회장은 동생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컸다. 당시 어린 맘에 어머니를 찾고자 무작정 서울행을 택한 그는 고향을 떠나기 전 동생들에게 ‘어머니와 함께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6년여 후 성 전 회장은 약속을 지켰다. 서울에서 약국 심부름과 신문배달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다섯 식구가 지낼 집과 논 세마지기를 마련하자 어머니와 함께 동생들을 데려왔다. 새로운 터전이 된 곳이 바로 서산시 해미면 홍천리다.

익히 알려진 것과 달리 성 전 회장의 고향은 홍천리가 아닌 서산시 지곡면이다. 홍천리는 서울에서 돌아온 10대 후반에 살았던 곳으로, 이후 해미면 기지리에서 읍내리로 거처를 옮겨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의 첫 사업인 화물영업소도 바로 읍내리에서 열었다.

성 전 회장과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다고 밝힌 읍내리의 A씨는 15일 기자와 만나 “완종이가 닥치는 대로 일했다. 쌀가마를 어깨에 메고 다녔고, 막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워낙 열심히 사니까 성실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 유지들이 완종이를 예쁘게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A씨는 “자신은 비록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고생하며 번 돈으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완종이가 아랫동생인 우종이와 함께 다른 두 동생의 대학까지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동생들이 완종이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한다”고 덧붙였다.

◇ 막내 동생 일종 씨 “형 명예회복 위해 내년 총선 출마”

현재 우종 씨는 토건업체 도원이엔씨 대표다. 성 전 회장이 세운 경남기업의 전신 대아건설 총괄부사장을 지낸 뒤 2002년 충남 태안에 본사를 둔 서산종합건설을 인수하면서 대표에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둘째 동생 석종 씨는 LED(발광다이오드) 제조업체 럭스피아의 대표이사다. 막내 동생 일종 씨는 최근까지 환경·에너지 기업인 엔바이오컨스를 경영해오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독도사랑운동본부 총재와 고려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장성한 동생들은 형의 죽음에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유가족의 대표격인 일종 씨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성 전 회장은) 외제차 한번 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검찰이 자원개발 비리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지 못해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형을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의 명예회복을 위해 내년 20대 총선에 성 전 회장의 지역구였던 충남 서산태안에 출마할 계획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됐지만, 지난해 5월 선거법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