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경쟁 순위가 뒤바뀐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만이 흔들리지 않은 지지율을 보였다. 도리어 김 대표는 그간의 정체기를 벗어나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여권의 대선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바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영향 때문이다. ‘충청대망론’으로 급부상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연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두 사람의 대선가도는 빨간불이 켜졌다.

뿐만 아니다. ‘반기문 영입론’까지 내세우며 박근혜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대권주자를 물색해오던 친박계의 행보도 주춤해졌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당수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 그야말로 당정청의 위기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권의 확실한 1인자로 굳히는 모습이다. 단적인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다.

◇ ‘성완종 리스트’ 공개 전후로 잠룡 지지율 희비 교차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앞둔 지난 16일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렀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이날, 박 대통령은 당초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뒤 광주공항을 통해 곧장 순방길에 오르려 했으나 갑작스레 일정을 수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된 출국시간을 두 시간 늦추면서까지 김 대표와의 독대를 강행한 것. 두 사람의 독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날 이후 김 대표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 ‘충청대망론’으로 급부상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연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검찰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단독 회동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뒤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별도로 만나긴 했지만, 5분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 상당한 거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 친박계 안팎에서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례회동을 반대하며 ‘김무성 대망론’을 견제해왔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정치적 공동운명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박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이 총리가 아닌 김 대표를 만나 힘을 실어준 것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대표의 ‘힘’은 그의 지지율에서도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에게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 대표(13.2%)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27.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물론 두 대표 간의 지지율 격차가 14.7%p에 달하지만, 김 대표가 그간의 지지율 정체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기 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보다 2.5%p가 반등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보수층과 영남권 및 충청권이 결집하면서 김 대표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이 총리의 지지층을 김 대표가 흡수했다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각각 5.5%와 4.6%를 기록하며 나란히 5, 6위를 차지했다. 반면 총리 선출 이후 ‘빅3(문재인·김무성·박원순)’에 이어 4위까지 지지율이 껑충 뛰어올랐던 이 총리는 3.7%의 지지율로 현재 10위까지 떨어졌다. 홍 지사는 4.0%의 지지율을 얻고 7위로 내려앉았다. 성 전 회장의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권 잠룡들의 경쟁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역시 김 대표다. 김 대표가 당의 위기를 딛고 오는 4·29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 경우 여권은 김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문 대표와 첫 정면대결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때문에 김 대표는 야권의 강세로 알려진 성남 중원과 광주 서구을 지역을 찾아 자당 후보가 당선할 경우 당직 약속도 서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신상진 후보에 대해 “임기 1년을 4년처럼 쓸 수 있도록 원하는 중요 당직을 맡길 것이고,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에 넣어 예산을 많이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고, 정승 후보에겐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승기를 손에 쥔 순간 미래권력도 그와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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