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지난 23일 구속됐다. 검찰이 비자금 사용처 수사에 나서면서 자칫 제2의 ‘성완종 리스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지난 23일 구속됐다. 검찰의 수사가 비자금 사용처로 집중되자 정관계 인사들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자칫 제2의 ‘성완종 리스트’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이 호남지역에 기반을 둬 여당에 몰린 수사의 초점을 야당으로까지 확대해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 분식회계로 200억여원 비자금 조성 혐의

지난 23일 오후 10시 30분쯤 2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구속됐다. 혐의는 비자금 조성(횡령)과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이날 “검찰의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정 사장의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높아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원주 사장 변호인들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에서의 재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에서 대기하던 정원주 사장은 곧바로 순천교도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 16~17일 정원주 사장과 부친 정창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순천 신대배후단지 개발사업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검찰은 중흥건설이 200억원 이상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동원된 방법은 채무 과다 계상의 분식회계였다. 검찰은 현재 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궁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중흥건설 수사가 비자금 사용처로 집중되자 정관계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회사가 광주전남지역의 대표 건설사라는 이유로 해당 지역의 정관계 인사들, 즉 야권은 검찰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성완종 리스트’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야당인사들을 끌어들여 숫자 맞추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여당과 야당의 수사 대상 균형을 맞춰 ‘물타기’를 시도한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중흥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적발해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는 3월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고는 최근 급물살을 탔다.

그 중심에는 이중희 순천지청장이 자리한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복귀했다가 올해 2월 순천지청장에 부임했다. 이 지청장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가 속도를 냈다는 데서 의혹은 짙어진다.

◇ 중흥건설 초고속 성장에 정관계 연루 의혹 나돌아

▲ 지난 21일 검찰 주변에서는 전직 공직자와 정관계 인사의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 나돌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원주 사장이 정치권 등에서 호남지역의 ‘마당발’로 통한다는 점도 제2의 ‘성완종 리스트’설에 힘을 싣는다. 이 밑바탕에는 정원주 사장이 인맥을 잘 관리해서 회사가 대기업 반열에 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자리한다. 

중흥건설의 이력을 보면, 1983년 광주광역시에 설립한 ‘중흥주택’이 모태다. 90년대 말 아파트 브랜드 ‘S-클래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1999년 매출액은 455억원에서 2000년 864억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2000년대 중반 주택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2010년 순천 신대배후단지와 세종시 등의 주택개발사업으로 급성장했다. 2012~2013년에는 주택공급 실적 연속 3위의 ‘전국구 건설사’로 올라섰다.

2014년에는 5,5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자산도 5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대기업이 됐다. 이 같은 초고속 성장에 정관계와의 연루 의혹이 나도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관계 인사 연루설에 대해 최근 “비자금 사용처에서 정관계 로비 흔적은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순천 신대지구 개발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액수는 200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1일 검찰 주변에서는 전직 공직자와 정관계 인사의 이름이 영문 이니셜로 나돌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만약 정원주 사장의 비자금 200억여원 중 일부라도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다면 제2의 ‘성완종 리스트’로 거센 후폭풍을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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