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와 검찰과의 악연은 단지 현재만의 일이 아니다. ‘포스코 회장은 퇴임 전후에 반드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다’는 다소 잔혹한 말이 ‘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4월 말 현재 검찰의 칼 끝은 여전히 포스코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넘어 그룹사 전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청업체와 계열사의 임원은 물론 정준양 전 회장 등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포스코와 검찰과의 악연은 단지 현재만의 일이 아니다. 포스코의 창업주로 불리는 박태준 전 회장이 시초다. 이후 거의 모든 회장이 검찰과 악연을 맺었다. ‘포스코 회장은 퇴임 전후에 반드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다’는 다소 잔혹한 말이 ‘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초대 박태준 회장, YS와의 불화로 사임

포스코와 검찰의 악연은 고 박태준 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68년 4월부터 1992년 10월까지 회장직(명예회장 포함)을 유지했다. 무려 24년 6개월간이다.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선거 공약으로 내각제를 건의했다 묵살당한 후 둘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1993년 대통령에 당선된 YS는 정치보복에 나섰다. 박태준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급기야 1993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 위반 및 횡령)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망명 아닌 망명으로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박태준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제2대 황경로 회장은 1992년 10월부터 1993년 3월까지 재임했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가장 단명한 인사다. 그는 박태준 전 회장의 핵심 참모 출신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1990년 12월부터 2년 동안 조선내화 등 5개 거래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9,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993년 6월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995년 5월 2심서 징역 1년 6월에 집유 3년으로 감경됐다. 같은해 광복절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명식 3대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1994년 3월까지 1년간 직을 유지했다. 정명식 회장은 박태준 회장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결국 YS 정권의 눈치를 보며 물러나야 했다. 실제 정명식 회장은 박태준 회장 재임시절 사장직을 수행했다. 이때의 부회장은 2대 황경로 회장이었다.

4대 회장에는 첫 외부 인사로 재무부 장관 출신인 김만제 회장이 선임됐다. 그는 YS정부 시절인 1994년 3월부터 1998년 3월까지 4년간 재임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사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DJP연합으로 박태준 전 회장의 입김이 세진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한다. 그도 검찰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94년부터 4년여에 걸쳐 회사기밀비 4억2,415만원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1999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역대 회장들은 정권 교체의 수혜자이자,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사진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전로()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 권오준, ‘포스코 회장=검찰 수사’ 공식 깰까

유상부 5대 회장은 1998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재임했다. 그가 재임하던 때(2000년)에 포스코는 민영화됐다. 그는 DJ정부에서 5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사퇴했다. 2002년 정국을 강타한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 씨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혐의였다. 검찰과의 악연은 그도 비껴갈 수 없었다.

6대인 이구택 회장은 2003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재임했다. 2007년 연임에 성공하며 6년가량 회장직을 수행했다. 박태준 회장 이후 가장 긴 재임기간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포스코 정기세무조사 무마 청탁설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자진 사퇴했다. 

7대 정준양 회장은 2009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리를 보전했다. 취임 초 ‘MB정부 실세’의 지원을 받았다는 설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포스코 외형을 급격히 확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13년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퇴진했다. 4월 말 현재 사정 당국의 칼 끝에 서 있는 정준양 전 회장이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의 사임은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때를 같이 한다. 그러고는 퇴임 전후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만다. 3대 정명식 회장을 제외하고는 예외가 없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역대 회장들은 정권 교체의 수혜자이자,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8대 회장에 오른 현 권오준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치권과 별다른 인연이 없어 구조조정 작업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평가다. 하지만 포스코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권오준 회장 덕분에 ‘포스코 회장=검찰 수사’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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