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조직세를 이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압승을 거두면서 호남 민심의 경고를 나타냈다. 실제 그는 자신의 당선에 대해 “광주 민심 자체가 지금의 야당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해 회초리를 든 것”이라면서 “패권주의를 극복하라는 강력한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패할 줄은 몰랐다.” 4·29 재보선에서 광주 서구을 지역을 잃은 새정치연합의 혼란과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야권의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의원이 자당의 조영택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자 ‘설마’ 했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는 데 당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돌풍을 일으킨 천정배 의원이 내년 20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내년 (총선)에는 8석, 전라남도까지 확장해 30석까지 차지해 새정치연합을 뒤집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광주정치 변화’와 ‘호남정치 살리기’의 연장선이지만, 사실상 야권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 뼈아픈 천정배의 충고 “정신 번쩍 차리라는 민심의 경고”

실제 천 의원은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임기 1년 동안의 해야 할 일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을만한 ‘뉴DJ’, ‘젊은 DJ’의 세력화”를 통해 “호남 출신의 대권주자를 배출”하는 데 방점을 뒀다. 야권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자신의 대망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는 것. “미래의 DJ가 될 수 있는 인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사심 없이 돕겠다”는 각오다. 그간 ‘정권심판’과 ‘정권교체’를 주장해오던 제1야당은 발언의 주도권마저 잃었다. 오로지 반성만 남았을 뿐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물론 호남권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깊은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낙선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선거 결과로 ‘호남 물갈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당장 공천장 사수가 쉽지 않게 됐다. 특히 천 의원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독주체제에서 경쟁체제로 전환되는 만큼 고강도 공천개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공천과 멀어진다. 이들 사이에서 “호남 물갈이가 호남정치의 복원이 아니다”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29 재보선에서 야권의 심장인 광주 서구을 사수를 위해 선거기간 동안 여섯 차례 방문, 지난달 1박2일 일정만 네 차례 소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호남 민심 달래기가 문 대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공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호남 의원들의 반발이 예고되면서 당내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광주 동구의 박주선 의원이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자숙할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이반을 고려한 판단이다.

실제 선거가 실시된 광주 서구을 지역에선 천 의원의 당선으로 표출된 호남 불만 표시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옛 민주당의 패배가 안타깝다기보다는 도리어 “속이 시원하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는 호남이 매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투표를 해왔다는 점에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민심과 일맥상통한다.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두고 현 새정치연합으로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를 겨냥한 항의 투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친노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을 장악한 친노계가 계파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 당초 공천이 잘못된 선거였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당의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도 “안타깝지만 광주에서 졌다는 것은 당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뜻”이라며 “후보 경쟁력에서 완전히 밀렸다. 선거 내내 광주 선거의 중요성을 설득했지만 유권자들은 복잡한 정치함수보다 지역을 대표할 사람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 의원의 당선 소감이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뼈아픈 충고가 됐다. “투표 전날 큰 표 차이 압승을 예상했다”는 천 의원은 개표 한 시간도 안 돼 당선소감을 돌렸다. 당시 천 의원(52.4%)과 조 후보(29.8%)의 격차만 무려 22.6%p에 달했다. 당선이 확실시되자 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민심 자체가 지금의 야당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해 회초리를 든 것”이라면서 “정신을 번쩍 차리고 전면 쇄신해서 비전을 제시하고 패권주의를 극복하라는 강력한 민심의 경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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