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지난 1월 부터 4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열풍이 있었던 2006년 당시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폭발적 거래량 상승에도 예년과 비교해 큰 폭의 변화는 없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2006년을 100으로 정하고 현재 실거래를 비교한 값이다. <출처=서울부동산 정보광장>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대치를 4연속 갱신하고 있고, 건설업계도 올해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물량을 예정보다 높게 설정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체감경기는 여전히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 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1만3,915건으로 통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4월 동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동월 최대치를 4연속 이어갔다.

◇ 아파트 거래량·경매 낙찰률 최대, 훈풍 부는 부동산 시장

훈풍은 경매시장에서도 감지됐다.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수도권 경매아파트의 신건낙찰률은 17.3%에 달했다. 8년 만의 최대치로 경매에 오른 아파트 물건 약 6개 중 1개는 유찰 없이 첫 경매에서 낙찰됐다는 이야기다. 경매지수는 90%로 집계됐다.

이 같은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는 초저금리와 전세공급량 감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값은 갈수록 높아졌고, 심지어 서울 강남등지에서는 집값과 전세값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이에 전세입자들이 집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 기준금리 1.75%시대와 DTI·LTV 완화도 이 같은 추세에 한 몫 거들었다.

여기까지는 정부의 경제기조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주거안정 대책으로 전세보다는 월세에 치중했고, 전세입자는 주택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DTI·LTV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최경환 인사청문회, “부동산 규제완화, 내수 진작 할 것”>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선순환을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부동산 거래량은 늘었지만, 내수로는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4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보다도 낮았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긴 했는데 도무지 내수를 비롯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를 기록했고 3월에는 101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지난해 5월과 비교했을 때보다도 낮은 수치다.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과는 반대로 국민들이 점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3.8%에서 3%까지 속속 하락 조정되고 있다.

◇ 소비자심리지수 악화, 부동산 시장과 따로 노는 소비심리 ‘왜’

부동산 활성화로 건설업계가 기지개를 펴고 있음에도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계의 소비여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총 526조1,000억이었다. 2월에 비해 4조 증가한 액수다. 지난 2월 은행권 가계대출도 1월에 비해 3조4,000억이 늘어난 522조1,000억으로 가계부채 증가율폭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권 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실구입자 다수가 대출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출을 통해 내집마련은 했지만, 상승하지 않는 집값도 지갑을 닫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량은 최대를 기록했지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2월 지수는 153.4p로 지난 1월에 비해 0.8p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주목할만한 상승은 없었다. 요약하면 부동산 활성화가 반드시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오히려 이 같은 단기부양정책에 대한 역풍의 우려가 나온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가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 전문가들은 9월에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기조와 발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낙관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 [한은 금리인하 배경 분석] 미 연준 FOMC와의 함수관계>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