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하산할 계획이 없다.”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입장은 확고했다. 4·29 재보선 전부터 자신의 역할론에 대한 측근들의 의견 타진이 있었지만 번번이 거절해왔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달 25일 측근의 결혼식 뒷풀이에 참석한 자리에서 ‘빨리 하산해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자 “내가 하산한다고 해서 도움이 안 된다”며 미안한 마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보선 참패 이후 손 전 고문을 찾는 당내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천정배 의원의 ‘호남신당론’이 야권 재편 가능성으로 확대되면서 손 전 고문의 통합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손 전 고문이 비노·중도를 대표하는 만큼 호남 세력과 비노 세력을 껴안을 수 있는 적격자로 평가된 것이다.
◇ 측근 “전셋값 올라 둘째 딸 살고 있는 구기동으로 옮겼을 뿐”
더욱이 손 전 고문의 잦은 서울행이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서울을 찾았다. 18일엔 강북구 수유리의 4·19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25일엔 정동과 강남을 찾아 각각 강훈식 당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과 배상만 전 수행비서의 결혼식을 참석했다. 앞서 3월에는 모친상을 당한 신학용 의원을 위로하기 위해 빈소가 차려진 인천을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조용한 방문이었지만, 손 전 대표의 서울행은 그때마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손 전 고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여기에 손 전 고문이 최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전셋집을 얻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강진 칩거의 마침표로 해석됐다. 사실상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것. 특히 손 전 고문의 새 거처가 문재인 대표의 자택과 불과 100m거리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손 전 고문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손 전 고문이 강진의 흙집 생활을 정리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구기동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게 측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손 전 고문이 당 대표를 지낼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던 신학용 의원은 “분당 전셋값이 올라 둘째 딸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전 고문은 2011년 4·27 성남 분당을 재보선 출마 당시 정자동 한 아파트를 전세로 구했다. 최근 계약이 만료되면서 낙향으로 필요 없어진 살림 규모를 줄이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전셋값이 부담이었다. 4년여 전 3억원으로 계약한 아파트가 지금은 5억원을 훌쩍 넘긴 것. 이참에 둘째 딸이 근처에 살고 있는 구기동으로 옮기는 게 편의성이 좋았다. 한 측근은 손 전 고문의 구기동 자택에 대해 “(손 전 고문의 부인) 이윤영 여사가 손주를 보러 오거나 가끔 부부가 서울에 볼일이 있을 때 오가기 편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 일각에서 제기된 내년 총선 종로 출마설은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정계은퇴한 사람이 총선 출마가 웬 말이냐”며 펄쩍 뛰었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도 “야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손 전 고문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정치적 이해에 대해서는 본인이 일절 말씀을 안 한다”면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만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손 전 고문은 자연을 벗 삼아 21년 정치인생을 정리하는 저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행을 통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꽃피는 계절이라 꽃피는 것과 새순 돋는 것을 본다”고 근황을 전했다. ‘바깥 소식’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