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착석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올무에 갇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말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개혁안 본회의 처리 실패로 책임론이 불거지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야기다.

지난 6일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폭풍과 같은 하루를 보냈다.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을 두고 여야 지도부의 합의안이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거치며 두 번이나 거부됐다. 늦은 시간까지 유 원내대표가 50% 수치를 부칙에 넣는 중재안을 가져오는 등 총의를 모아보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 새누리당의 이례적인 지도부 합의사항 뒤집기

사실 새누리당이 지도부의 합의사항을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에서 뒤집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에서 자주 반발에 직면하는 것과 달리, 새누리당은 적어도 지도부 합의사항이 있다면 일단 존중하되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단호히 묻는다. 권력에 대한 질서가 잘 잡혀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정국 당시 논의가 멈추자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여야 지도부 합의사항이 나오면 일단 철저하게 지킨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의총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지도부 합의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지도부 협상에 앞서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향해 ‘의총에서 결정된 이야기냐’라고 묻는 이유”라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자부심(?)과 전통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김 대표는 의원총회 자리에서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끝내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고 격한 감정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자리에 있던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하는 등 다 알고 있었는데 개혁안 통과를 요구했으면서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억울함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복지부가 국민연금 고갈시점가 보험료율을 25%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발표 후, 5일자 주요 언론사들의 기사 제목. 보수와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 김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합의를 앞두고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안에 대해 청와대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월권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큰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 친박계 융단폭격에 억울한 김무성, “청와대도 다 알았으면서…”

문제는 지난 2일 양당 대표의 합의문이 나온 이후 불거졌다. 여기에 복지부가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보험료를 소득의 25.3%로 올려야 한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언론들도 ‘미래세대에 짐을 떠 넘겼다’는 보도로 합의문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리고 6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친박계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서 최고위원은 언론보도들을 인용하며 “지뢰를 밟았다”고 질타했고, 김 대표와 친밀한 사이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합의안을 즉각 철회하고 당과 국민에 사과하라”며 또 한번 최고위원직을 걸기도 했다.

이어진 오후 최고위원회에서도 서 최고위원은 "다시 협상하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태흠·이장우·함진규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왜 연계했느냐.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꼴”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또 일부 의원은 “지도부가 협상해놓고 왜 청와대를 공격하느냐”며 “원내지도부의 전략 부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새누리당은 7일 현재 고요한 상태다. 그러나 오는 11일 새정치연합의 요구로 ‘원 포인트’ 국회가 열림에 따라 또 한 차례의 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비롯해 소득세법 개정안 등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한 번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음 본회의를 앞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흔들기가 본격화될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현 상황을 두고 새정치연합의 ‘급소찌르기’가 재미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대표가 계속 청와대에 밀린다. 김무성 대표를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고 생각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허영일 부대변인은 “서청원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대표 권한대행”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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