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6일 당 의원총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추인이 무산되자 다음날부터 감기몸살을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 덩치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감기 앞에선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평소 거른 적이 없었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한데 이어 자신이 창립한 노인복지 정책모임인 ‘퓨처라이프포럼’의 세미나도 불참했다. 8일 예정된 주요당직자 회의도 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김 대표는 전날과 이날까지 대외적 행보를 자제했다. 4·29 재보선 승리로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던 김 대표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물론 김 대표 측은 그 이유를 감기몸살로 설명했다.

◇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 무산된 이후 예정된 일정 전면 취소

하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여파 때문이 아니냐는 것. 실제 김 대표는 칩거에 들어가기 전날인 지난 6일 새누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수로 추인을 대신하고, 본회의 표단속까지 다짐했지만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강경파 김진태 의원을 시작으로 친박계 의원들이 “소득대체율 50% 명기는 절대 안 된다”며 제동을 걸자 결국 김 대표는 한 발 물러섰다. 표결을 포기하고 야당의 수정안 수용 불가를 선언한 뒤 퇴장했다.

이날 저녁 김 대표는 여의도 모처에서 공무원연금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원내부대표단과 모여 함께 식사하며 그간의 노고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다시 잘해보자”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난한 본회의 처리를 기대했던 특위 위원들과 원내부대표단의 실망감과 아쉬움은 여전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의 애씀에도 침울한 분위기는 계속됐다는 것. 그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해왔던 김 대표로서도 힘든 시간이었다. 다음날, 김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 칩거 중에 있는 김무성 대표는 오는 11일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예고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주말까지 칩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재보선 승리 이후 일주일새 김 대표의 위상을 크게 달라졌다. 쟁점이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두고 당내 설득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대표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실제 친박 맏형으로 통하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최고위원회가 합의체로 운영되느냐”고 반문하며 “공무원연금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최고위원회를 열어서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고 했는데, 우리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 아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의 소통 부재는 청와대까지 번졌다. 청와대가 여야 연금개혁 실무기구의 최종합의안에 소득대체율 50%가 명기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때 아닌 진실공방 양상으로 흘렀다. 이를 시발점으로 한동안 봉합됐던 계파 갈등도 재현되는 모양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이견이 있을 때 사전에 조율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각을 세우는 모습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친박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본회의 처리 무산으로 추진력이 약해지면서 공무원연금개혁이 다시 탄력을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를 근거로 당 안팎에선 재보선 승리 이후 승승가도를 달리는 김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김 대표는 재보선 승리로 최근 우위를 점했던 당청 관계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 다시 원점에 놓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겉으로는 의연한 듯 보이지만, 위기로 여기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 지지율 급등으로 친박계 견제 불러와… 11일 입장 표명 예고

앞서 김 대표는 재보선 압승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급등했다. 지난 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주 대비 5.7%p 상승해 19.2%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1주차(18.5%)에 기록했던 자신의 최고 기록을 약 7개월 만에 경신한 셈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23.3%로 다시 한 번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며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앞질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처리 무산으로 김 대표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칩거 중에 김 대표는 오는 11일 입장 표명을 예고했다. 이재오 의원이 주도하는 ‘은평포럼’의 한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5월2일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재정절감을 할 수 있을지, 이 일을 재추진 할 것인지 등은 다음 주 월요일 관계자들과 잘 협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주말까지 칩거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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