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총선을 보수당의 승리로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부인 사만다 여사. <사진=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복지정책을 재수립해 국가재정을 탄탄히 하겠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겠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한국의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 아니다. 보수당을 이끌고 영국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말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의 하원의원 650명을 뽑는 총선결과, 보수당은 331석을 차지했다. 정부수립을 위한 과반의석을 확보함으로서 보수당과 캐머런 총리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노동당은 232석에 그쳐 위기를 맞았다. 스코틀랜드의 지역정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56석을 차지하면서 새롭게 약진했고,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당은 8석을 차지해 소수정당으로 전락했다. 앞서 이번 총선 전까지 보수당은 302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노동당은 256석이었다.

◇ 보수당 압승의 두 가지 키워드, ‘경제’ ‘지역·민족주의’

보수당의 압승은 당초 예상을 깬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BBC 등 영국의 언론들은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이 32~36%사이로 ‘승자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에 캐머런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재집권을 시도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예상을 깬 결과를 두고 외신들은 영국 국민들이 ‘경제 살리기’와 ‘민족주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8년 -6%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영국은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로 큰 홍역을 앓았다. 이후 유럽국가 중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로 경기회복세에 들어선 만큼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에 또 다시 신뢰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보수당은 이번 총선의 주요 키워드에서도 ‘경제’와 ‘국가’를 내세웠다. 경제 분야에서는 세금을 줄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촉진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국가정책에서는 EU탈퇴를 내 걸었다. EU회원국을 유지하는 것보다 탈퇴하는 것이 비용축소에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복지 역시 교육부문 긴축정책을 시작으로 복지 축소와 국가재정 확보를 우선시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금융그룹 로이드의 보고서를 인용 “(보수당의) 기업 활동 장려와 일자리 창출의 명확한 메시지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신뢰를 얻었다”며 “(영국 국민들이) 영국(England) 북동부의 빠른 경제회복이 전역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 영국의 총선구도가 한국의 정치구도와 비슷하다. 경제살리기와 기업 장려를 외치는 새누리당과 최저임금인상, 증세와 복지강화를 주장하는 새정치연합의 대립이 그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국 총선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투표로 촉발된 민족주의의 여파도 보수당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잉글랜드 지역은 스코틀랜드의 독립투표에 앞서 ‘하나의 영국’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대했었고, 이런 염원이 보수당에 대한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캐머런 총리가 총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영국”이라고 강조했던 이유다.

타격은 노동당에 컸다. 스코틀랜드 지역은 전통적인 노동당의 표밭이었으나, 스코틀랜드 민족주의를 표방해 독립을 주도했던 스코틀랜드 국민당에 참패하고 말았다. 스코틀랜드 지역의 59석의 의석 가운데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56석을 획득해 민족주의의 최대 수혜를 봤다.

반면 노동당은 증세와 복지확충 등 전통적인 좌파공약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선거에 참패를 면치 못했다. 선거가 끝나고 밀리밴드 노동당 총수는 “스코틀랜드에서 노동당이 민족주의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더 가디언>은 선거 결과에 대해 “노동당이 이념적 지향성에 대해 근본적인 논란에 직면했다”고 냉정히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이번 총선구도가 우리의 정치구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세불가·기업 장려 등 보수당의 공약은 새누리당과 비슷하고, 노동당의 최저임금인상 공약 등은 새정치연합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결과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양상과 판박이다. 이에 내년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과 ‘새줌마’ 등 쉽고 명확한 경제 살리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